이틀의 주말은 항상 쳐지곤 한다
거기에 풀타임의 아르바이트가 얹힌다면 그 처짐은 더 가중된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 아침에는 멍 때리는 의식을 치르곤 한다
나는 조용히 음악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논 '날 위로해'로 들어가 주변을 은은하게 한다
어느 모 뮤지션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멍 때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뇌도 가끔은 셔줘야지 그래야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순간 사물함 속에 오래전 사용하던 색연필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휴학을 하고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절대적 제약 앞에 어떻게든 무엇이라도 하려 했던 나를(그것이 호기심으로 변모한 열정이었던지 열정으로 둔갑한 호기심이었던지) 중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좋아한다는 그 모호하고 애매한 감정 하나로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멍 때리는 것과도 직결됐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구나 이렇구나 가령 아 내 두피가 이 정도로 뜨뜻하였구나와 같은,
뜨거운 드라이기로 나의 머리를 지저 댔던 그 순간들이 떠오르며 나는 속죄했다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몸이 이렇게 돼가는 것을 몰랐을까
무엇인가 채우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비움의 단계가 필요하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신경질적인, 몹시 쳐지는 등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문제들..
정신의 이완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내년에도 멍을 때릴 것이니 이건 정상과 비정상을 논할 거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