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절의 초순은 사람들의 정서를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 기간이 속절없이 짧아짐에 따라 우리는 모두 손발 벗고 나서서 그 정취를 만끽해야 한다. 나에겐 가을비가 적시는 길을 걸음으로서 시야를 통해 바라보는 것들이 전부였으나.
걷는데 자꾸 미끄덩하는 것이 나의 달팽이관의 문제인지 나는 다시 곱씹어봤다. 하지만 발의 바닥 양 옆에 조그마한 지느러미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비가 내리는 한밖에서 사람들은 헤엄쳐 활보해 다니기도 아니면 돌에 깔린 미역처럼 파르르 떨기도 했다.
나는 헤엄칠 수도 가만히 굳어있을 수도 없었지만 지느러미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나의 움직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것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촉촉해진 땅에서 몇 번을 뒤뚱거렸다.
포대기로 감싼 누에고치를 자신의 가슴에 파묻은 여인, 구수한 냄새에 현혹당한 가게 안의 가족들, 자연의 빛이 바통을 건네며 소곤소곤 그제야 하나씩 불 켜진 거리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빛들의 향방.
가을비는 천박하게 땅의 것들을 짓눌렀다. 한 차례 여름 비에 기사회생한 사람들은 초라한 가을의 첫울음을 반가워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