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파서 병원을 가면 처음에 의사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시지요
어떤 환자는 이 절차를 매우 귀찮아하거나,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부끄러울수도 있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예의상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중요성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절차는 의사의 진료 절차에서 가장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
"문진" 이라는 단계입니다.
사실 모든 의대생들의 의학 관련 서적에도 이 문진의 중요성이 명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분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수도 있습니다.
"그건 청진기만 가지고 다니던 70~80년대 이야기 아닌가요?
21세기에는 초음파,CT,MRI 에 각종 첨단 의료기기를 이용해서 검사하면 결과가 다 나오는데?"
하지만 실제 단골 의사분들이나 나름 명의(?)라고 생각하는 지인들에게 여쭤보시면
이 문진이라는 단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다시 아시게 될 것인데요
그 이유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문진이라는 것은 의료행위의 첫번째 단계이기도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너와 나, 상대방과의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는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병의 원인일수도 있고
환자는 별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완쾌할 기회를 놓치는 것일수도 있거든요
Something's Gotta Give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라는 영화에서도
잭 니콜슨이 비아그라를 먹고 심장마비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는데
여자친구가 옆에서 보고 있다고 의사가 "비아그라 드셨나요? 라고 묻자 "아니요" 했다가
"네~ 그거 먹고 이 주사 맞으면 죽어요" 이러니까 갑자기 링겔을 잡아 뽑아버리는 장면이 나오죠
그런데 이 글의 제목은 "스타트업 코칭일기" 인데 왠 의사와 환자 이야기만 나오지?
내가 글을 잘못 클릭했나?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는데요
개선할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창업가들과
그분들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안드려야 하는 멘토들의 관계는
사실 의사와 환자와의 소통만큼 솔직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몇년전에 소상공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예비창업가 멘토를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뜻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나름 타당한 논리와 잠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 부족해보여서
멘토링 할때마다 고객가치와 시장반응 이 2가지에 대해 계속 강조했는데
초기에는 잠재고객과 미팅했는데 긍정적이었다. 좋아했다. 서비스화가 되면 고객이 되겠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만 공유해주시더군요
사실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이익" 을 주는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단계에서
잠재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은 대체로 전반적인 컨셉에 공감하는 것이지 돈을 내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즉 문제의식은 공감하지만 "적절한" 솔루션이 있다면 그 솔루션을 쓰겠다는 것이지요
실제 이러한 고객의 지갑에서 돈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가치를 주는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 상세 내용이 필요한데
긍정적인 미팅 결과에 고무되어 일단 앱부터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컨설팅, 멘토링, 코칭 뭐라고 부르던지 이 들의 역할은 "결정"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가"의 결정을 돕는 역할이지요.
앱을 만들기로 "창업가"가 결정했다니 할수없이 앱에 구현될 각각 메뉴 구성과 서비스 내용에 대해
같이 고민하기로 했는데 만날때 마다 물어봐도 뭔가 진도가 안나가는 느낌인데도
"잘 만들고 있습니다. 곧 완성됩니다" 라고만 하시더니
한~두달 후에 자기가 상상하는 것을 직원들이 구현을 못시킨다고 직원을 교체했다고 하더니
다시 몇개월 후 그 직원도 또한 일을 못해서 교체했다고 하더군요
구체적인 서비스가 없이 컨셉만으로 앱을 만들려고 하면
메뉴설계나 App Flow 구성이 안되고 이러면 APP을 만들기 너무 어렵습니다.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경우라고 할까요?
앱을 만드는 것은 예를 들자면 건설사가 주택을 건설할때
어떤 동선으로 진입로로 들어와서 대문을 열었을때 마당은 어떤 느낌이고
화장실은 어떤 방향에 왜 놓을 것이며 침실은 왜 이 위치에 어떤 의도로 놓고
서재는, 부엌은 어떤 목적으로 이 위치에 등등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누구나 와서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살다가 가는 따뜻한 집" 은 "컨셉" 일뿐이죠
컨셉만으로는 집을 지을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000한 소상공인들이 000할수 있는 앱" 이란 컨셉만으로 실제 앱을 만들수 없습니다.
만약 이걸로 실제 앱을 만들수 있는 SW개발자가 있다면 그분이 창업자입니다.
컨셉을 실제로 구현한거니까요!!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스타트업으로서 플랫폼이나 앱을 만들려고 하시는 분들 계시면
내가 이 서비스를 하나도 모르는 소비자 / 고객이다 생각하고
앱의 메인화면부터 모든 메뉴와 버튼을 눌러본다 상상하며 도표로 그려보며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각각의 메뉴와 Flow 를 창업한 팀원들이 머리 맞대고 고민해서
한땀 한땀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도 계속 드렸습니다만 계속 알고 있다고 이미 다 세부설계를 짜놓았다고 하시더군요
거의 반년이 지나서 2번째 3번째 새로운 프로젝트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서
1번째 사업으로 앱을 제작하려면 자본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기에
많지는 않아도 자본이 있었는데 다 소진하고 다른 신사업도 계획하면서 앱을 만드는 것을 계속 시도한다고?
이건 비록 멘토지만 Co-Founder 의 느낌으로 세세하게 점검을 해야겠다는 의문이 들어서
그동안 예비창업가가 구두로 설명해왔던 것들을 (그동안 예비창업가가 "다 했다고" 했던 업무)
문서로 보내주면 한땀 한땀 검토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실제 작성된 문서를 받아서 탈탈 털어보았더니 너무 없더군요.
구체적인 Plan이 없었어요!
그나마 몇개는 며칠사이에 급조해서 만든티가 나서 너무 미흡하더군요
딱 컨셉만 이쁘게 꾸며놓은 사업계획서 뿐 실질적으로 "사업"으로서 진척이 나간 부분이 없더군요
그리고 그 분과 인연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서? 아닙니다.
스타트업이 발전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첫술에 배부른 산업이 아닙니다.
대출을 받는다고 해서?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대출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솔직하지 않아요? 네 맞습니다.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솔직하게 현 상황을 이야기해야
멘토들도 창업가들하고 돌파할 솔루션을 같이 고민하고 찾아갈수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대표님들 중에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특히 솔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하고, 상처가 있는데 상처가 다 나았다고 하면
상대방은 모릅니다. 그리고 상처는 계속 곪아나갈뿐이죠
뭣이 중한디? 여러분 사업의 성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공을 위해서 뭐든지 할수 있다면 지금 옆에 있는 멘토, 투자자, 동료에게는 솔직해지셔야 합니다.
여러분을 믿어서 옆에서 같은 길을 가는 사람과도 소통이 안되면
고객하고는 어떻게 소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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