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지?
그날 꿈은 최근 꿈 중에 비교적 생생한 편이었다.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던 중학교 동창 두 명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내가 왜 교복을 입었느냐고 묻자 우리 18살이란다. 무슨 헛소리냐고 반문하는 순간 나를 보니 나 역시 교복을 입고 있었다.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상쾌한 느낌, 물밀듯이 밀려오는 안도감. 꿈속이었지만 난 내 미소를 봤다. 그건 아마 내 앞에 수많은 길이 있고, 앞으로 그 길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미소였으리라. 물론 모든 것을 알고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또다시 이런 꿈을 꾸지 않으라는 보장은 없지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해내고 싶은 순간이 쉽사리 기억에 나지 않을 때, 그 기억의 파편들이 어두운 상자 안에 갇혀 아무리 열어보려고 해도 열리지 않을 때, 죽어버린 기억이 되는 순간 가슴은 턱 하니 막히게 된다. '사진'이라는 놈은 그 답답한 것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때론 답답한 것을 촉발시키는 존재다. 적어도 내가 내 어린 시절을 어떤 모습으로 보냈는지는 그래픽으로 보여주지만, 그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사진의 다음 순간 제스처는 무엇이었는지는 도통 기억해 낼 수 없으니까.
그래도 문득,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을 거꾸로 타고 싶어 졌다. 그래서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