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그곳에 서서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나

by 어른돌

지난 금요일, 이촌동에서 집들이를 마치고 터질듯한 배를 움켜쥐며 따릉이 심야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한강을 따라 쌩쌩 달렸다. 늘 아름다운 반포대교, 포기할까 싶었던 한남대교, 활기찬 느낌의 옥수역 인근까지. 잘 달리다가 늘 고민되는 곳은 바로 중랑천 초입이다. 여기선 양갈래로 길이 나뉜다. 만일 한강길을 따라 가면 함께 심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산책 나온 시민들, 맥주 마시는 학생들로 적당히 분주할 것이다. 반면 중랑천을 따라간다면 퀴퀴한 분위기에 동부간선도로 차들이 뿜는 매연을 맡으며 나 홀로 라이딩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난 100에 90은 중랑천길을 달린다. 특히 혼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 길의 끝에서 추억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성이 가장 풍부하던 10대 후반, 그러니까 밀레니엄 버그가 PC통신을 지배하냐 마냐가 화두였던 2000년 무렵, 지금 보면 오글거리는 상념과 지나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고민들을 쏟아냈던 곳은 바로 여기 중랑천이었다. 학원 수업을 마친 늦은 밤, 홀로 집에 가고 싶진 않아 학원 앞에 있던 친구들 무리에 함께 섞여있다 보면 늘 1~2명 농구공을 들고 온 친구들이 있어 그들을 따라 중랑천에 갔다. 난 농구는 하지 않아도 뛰어노는 친구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또 쌩쌩 달리는 차들도 한 번 바라보고, CDP를 꺼내 음악도 듣고. 10대를 그렇게 보냈다.


내 따릉이가 송정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지금은 잘 정비됐지만 2000년 당시만 하더라도 뭔가 울퉁불퉁 형상만 있었다. 다시 이 곳을 지나가니 마치 그 시절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깨끗하지 않은, 어수선한, 풀내음과 민물의 이끼 냄새를 그대로 담은 바람이라도 마시면 그때의 잔향이, 아니 아주 사소한 잊힌 기억이라도 떠오를 것 같았다.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심호흡을 크게, 몇 번이나 했다. 바람을 한 모금이라도 더 마셔보려고 노력했다. 그때의 음악이 없어서였을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그때 저 코트에서 뛰어놀던 우리들의 모습이 지금도 1분 1초 더 멀어지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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