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훌쩍 던져두고 부산에 내려왔다. 느린 유속의 바다, 정적이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등대, 몽환적인 음악, 세련된 인테리어 속에 나를 잠시 넣어두고, 오늘 아침 어디서 어떤 식으로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했을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옆 테이블에 둔 채 자판을 두드린다.
평일 오후의 카페, 인기 없는 자리만 남아있을 정도의 적당한 만석이다. 쉴 새 없이 찰칵 소리가 들리는 루프탑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통유리로 송정 앞바다가 보이는 2층 자리를 사수해 바다의 밋밋한 파동에 빠져든다.
바다를 보러 부산에 왔다고 하니 누군가는 바다를 좋아하시나 보다고 답했다. 그러게. 바다는 참 좋죠. 하지만 바다가 좋다고 계속 쳐다만 볼 수 있겠습니까. 그냥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그러다가 잠깐 보고, 바다는 참 사랑스러운 존재죠.
복잡하고 트인 곳 하나 찾기 쉽지 않은 서울에서 두 가지 색상으로만 이뤄진 곳을 찾는 건 머리를 올려 하늘을 쳐다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곳 카페 통유리 너머론 딱 두 가지 색만 보인다. 푸르른 바다의 색상과 흐릿한 하늘의 색상. 부산에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거다. 너무나도 복잡한 머릿속을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