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다.
여행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새벽부터 시작해서 늦은 밤까지 구석구석 둘러보는 스파르타식 여행,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 다니는 유유자적형 여행, 한 곳에서 휴식하며 나를 충전하는 힐링 지향적 여행.
늘 스스로 '이번 여행은 xx 한 스타일로 가겠어'라고 생각하지만 '변수'는 함께 가는 '누구',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이다. 스스로 찬란했다고 일컫는 대학시절엔 7일간의 무제한 기차여행 내일로 티켓으로 전국을 유유자적할 수 있었다. 여행 초보 시절 떠났던 태국 '꼬 사멧'이라는 섬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리조트에서 칵테일파티를 즐기고 프라이빗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확실한 건 그땐 '시간'이 있었다.
직장에 들어가고 나선 상황이 달라졌다. 고작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눈치를 보고 겨우 휴가를 쓴다. 보통 주말 두 번 껴서 7박 9일, 명절 끼고 공휴일 껴서 운 좋으면 9박 11일 정도다. 1년 350일을 자유롭지 않게 있다가 나머지 보름 정도 자유로움에 나를 맡기니 얼마나 더 많이 즐기고 싶으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여행지 곳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먹고 찍기에 급급했다. 함께 가는 친구들에게서도 자유롭지만은 않다. 맥주 한 잔 하고 싶다면 말 벗도 되어줘야 하고, 동행 구해놓으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집은 서울이고요, 저희는 비엔나 인 프라하 아웃이에요. 얼마나 여행하세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참 할 것 많지만 이래도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휴가로 발리나 보라카이에 가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쉬려고"라는 말 한마디에 "그건 나중에 나이 먹고도 많이 할 수 있는 것 아니야?"라고 반문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덧 되돌아보니 30대 중반이다. 20대처럼 여기저기 빠릿빠릿 돌아다니는 것이야 서른이건 마흔이건 정신력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이젠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장벽에 부딪혔다. 4월 삿포로 여행에서의 코피, 5월 강원도 여행에서의 오한 발열을 동반한 몸살을 겪어보니 여행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의 보장이다. 잘 쉬고 잘 먹어야 잘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다음 여행지가 꼭 야자수 아래에서 코코넛 워터 마시는 곳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름 휴가지만큼은 휴양지가 끼어있는 곳으로 잡아봐야겠다.
**미지의 세계로 닿는 여행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그대로 담은 곡
(기어코) 떠나가는 내 모습
저 멀리서 바라보는 너 안녕
(나 이제) 깊은 잠을 자려해
구름 속에 날 가둔 채
낯선 하늘에 닿을 때까지
낮밤 눈동자색 첫인사까지 모두 바뀌면
추억 미련 그리움은 흔한 이방인의 고향얘기
잘 도착했어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아
차창 밖 흩어지는 낯선 가로수
한번도 기댄 적 없는
잘 살 것 같아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위로하지 않아
눌러 싼 가방 속 그 짐
어디에도 넌 아마 없을 걸
어쩌다 정말 가끔 어쩌다 니가 떠오르는 밤이 오면
잔을 든 이방인은 날개가 되어 어디든 가겠지
저 멀리 저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