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2009학년도 1학기 수업 리포트)
아래의 글은 2009학년도 1학기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수업 리포트로 냈던 것을 외장하드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보존 차원에서 그대로 긁어왔음을 밝힙니다. 수정하고 싶은 내용들도 많이 보이지만, 스물일곱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자는 의미로...
아무래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긴장’이라는 것을 하고 살게 된다. 7살,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나는 긴장감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그보다 훨씬 이전에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긴장감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유치원 입학의 긴장감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긴장이다. 그 후 학창생활을 하며 느꼈던 계속적 긴장은 나에게 해가 되었을지 득이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2001년 11월 첫 수능을 보기 위해 수능시험장에 가는 동안에 느낀 긴장감, 훈련소 입소할 때 조교들을 앞에 두고 느꼈던 그 살 떨리는 긴장감, 과 대항 체육대회 때 200m 계주를 하기 직전에 느꼈던 다리의 긴장감, 한일전이 열리는 티브이 앞에 앉아서 맥주 한 잔 들고 한국을 응원할 때의 그 긴장감까지. 긴장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우리 몸의 많은 부분과 연관되어 항상 우리 곁에 머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이러한 긴장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맞대응해 본 적이 과연 있는가? 긴장을 피하기 위해서 노력만 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을 놓아버림으로써 긴장을 무시해버렸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매 순간순간 다른 방식으로 난 긴장에 대응하곤 한다.
공모전에 관련된 책을 한창 읽을 2007년 겨울이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무언가 다른 대학생활을 해 보고 싶었다. 수업시간에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공모전 경쟁 PT시간에 떨지 않고 발표하는 사람들이 신기해만 보였다. 그에 비해 나의 발표력은 너무 초라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던 그 당시, 난 최대한 발표를 피했다. 혹시나 발표를 하게 될 경우에는 저절로 다리와 손,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팀별 발표 때 ppt를 넘기는 내용을 맡았는데 오직 ppt만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이러한 긴장에 대한 원인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신감의 부족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난 나의 목소리와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상상하는 측면이 강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저기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있는 여자는 옆에 학생과 소곤대며 이렇게 말할 거 같아’, ‘이쯤에서 저 쪽 학생이 나를 뚱뚱하다고 비웃을 때가 되었는데?’ 등의 내용은 나 자신을 점점 동굴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은 동시에, 그들이 나에 대해 너무 크게 생각할 것이라는 지나친 관여도가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싶어서 난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공모전 관련 책도 읽었다. 전문가처럼 되는 스피치 방법에 대해 연구해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서적에서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준비를 많이 해라. 지인들을 앞에 두고 연습을 한 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라. 손에 작은 대본을 하나 넣어 안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해라.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콧등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등 등등’. 그러나 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그러한 종류의 자신감을 극복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하는 방법을 다룬 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작년 봄부터 난 기업체의 대학생 마케터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대학생활에서 그러한 경험적 부분은 꼭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냥 주위에서 매일 보이는, 술을 같이 먹는, 부르면 나오는 동네 친구들이나 대학 동기들과는 무언가 다른 ‘트인 생각’을 하는 아이들과 만난다고 하니 나 자신은 더 초라해져 보였으나 그 속에 내 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난 그곳에서 다른 대학에서 각자 자신만의 꿈을 찾고 있는 많은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각자 발표하는 스타일도 달랐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도 달랐다. 3명이 함께 길을 가고 있다면 그중에 1명은 스승이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자신만의 발표 특성을 잘 살려보아라.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세상에 덤비는 것이 좋다는 마케터 동기 놈의 말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조금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도 그때쯤이었다. 어차피 그들 인생에서 내가 가지는 영향력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그들 역시 나에 대해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반대로 그들 역시 나의 인생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내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을 통해 난 점점 자신감을 찾아갔다. 최소한 이 자신감은 나의 외모를 바꾸어주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목소리를 좀 더 크고 굵게 해 줌으로써, 프레젠테이션에 좀 더 유리한 위치로 나를 데려가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