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의 쿠바를 추억하며

프롤로그

by 어른돌

"넌 그 다리로 어떻게 여행을 가려고 하니?"

"아니 형 그냥 취소해. 취소 안돼?"

"선배님 그 다리로 여행은 힘들죠"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는 계획대로 떠났다. 거창하게 보이지만 기간은 4박 5일. 썩어서 곪아들어가고 있는 상처를 난 그냥 무시했다. 매 순간 다리는 화끈거렸지만 그래도 나중에 상처가 다 나으면, 아픈 감정은 쏙 사라지고 보고 느낀 것들만 머릿속에 남으리라 믿었다. 2019년 12월, 베이징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4달을 더 고생하다가 겨우 그 상처에서 벗어났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후회스럽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찌 됐든 그 여행이 코로나 전 자유롭게 떠난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역병이 돌고 나니 행동 하나하나에 제약이 들었다. 바다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두에게 인정받으려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갈 것도 아니었다. 어찌 됐든 타인과 엮이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삶이었기에 나는 그냥 조용히 자유를 갈망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 자유롭던 시절이 생각났다. 여권과 시간만 있으면 그냥 훌쩍 떠날 수도 있었던, 구글 맵을 보고 낯선 곳을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던, 서툰 영어로 피자를 주문하고 팁은 얼마를 줘야 할까 고민했던 모든 순간들. 그리고 그런 기억 속 한편엔 카리브해의 진주 같은 나라, 쿠바가 있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해 수시로 모히또를 마셔야 했고, 인스타에 사진 한 장 업로드하려면 우선 와이파이존을 찾아 미리 산 위피(Wi-fi) 카드의 스크래치를 박박 긁어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 수고가 늘 우리를 따라다녔던 곳. 하지만 짧다면 짧은 삼십몇 년 인생, 살면서 지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모습들이 매일 펼쳐졌기에 쿠바에서의 시간은 관광과 휴식의 범위를 넘어, 지구와 인간에 대한 탐험이었다.


코로나가 세상에 나온지도 어느덧 2년 가까이 됐다. 여행을 본업으로 하는 여행 유튜버들은 다시 세계 곳곳으로 떠났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머물고 있던 인턴은 다시 뉴욕에 있는 학교 기숙사로 돌아갔고, 특파원으로 선발돼 곧 출국하는 동기 역시 실리콘밸리의 거주지를 알아보고 있다. 나 역시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휴가도 넉넉히 남아 원한다면 격리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내 욕심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엔 타인의 시선과 걱정 등 따져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도 많다.


여행을 잠시 접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햇빛이 내 온몸을 간지럽히던 쿠바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이곳에 하나둘씩 풀어놓으면서 차분하게 다음 여행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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