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잊어버릴 수도 있는 '내일'을 산다는 것

우리 넷은 2016년 3월 1일에 만났었다. 그리고...

by 어른돌


다음 주 모임을 앞두고, '우리가 예전에 언제 만났지?'라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카톡을 하나도 지우지 않은 습관 덕에 계속 위에까지 올리고 또 올렸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수많은 텍스트 흔적들,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볼 수 없는 사진들, 그 속에서도 과거의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2016년 3월임을 알게 됐다.


그날의 기억을 찾아내자 신기해하는 친구들. 내가 잃은 기억들은 또 친구들이 복기해주었다.


어디서 왜 봤는지는, 이 사실을 접한 다른 친구들이 알려줬다. 우리는 용산에서 봤고, 용산역 맞은편 2층에 있는 펍을 갔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뭐 때문에 웃었는지 그런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용산역 올반에서 CJ에 다니는 일행의 찬스를 받아 직원 할인가로 싸게 먹었고, 몰이 문 닫을 시간이 돼서 쫓겨났고(당시에는 10시 이후에도 왕성한 영업을 했기에), 용리단길이 없었던 당시 용산역 맞은편에 있는 유일한 펍(?) 맥줏집(?)에서 맥주인지 칵테일인지를 마시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 모든 행적들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것도 아니라면 외장하드 속에 사진으로 남아있긴 하겠지만, 내 머릿속에 남았던 것은 "과연 들어가도 될까?" 싶었던 가게에서 맥주를 마셨던 것뿐이다. 그렇기에 '우리 넷은 2016년 3월 1일에 용산역에서 만났다'는 단순 사실만 두고 봤을 때, 기억에 남지 않는 모든 파편의 조각들이 내 머릿속을 두드린다.


앞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실 모든 행동의 궤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잊고 살아야 또 새로운 기억이 쌓이기 마련인 것을. 뭐 사실 인간은 뇌의 2%를 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남은 98%의 공간도 뭔가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은 나의 쓸데없는 욕심이겠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지지만, 이 모든 것도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과정이거늘. 그렇기에 난 또 먼 훗날 잊어버릴 수도 있는 내일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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