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43 둘째
우리집 어린이들은 주말마다 1시간씩 컴퓨터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에 2시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꿀같은 순간이다.
처음 컴퓨터를 사용 할때는 주로 애니메이션을 봤다.
TV에서 볼수 없는 만화를 틀어놓고, 두 어린이 모두 TV보듯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요즘들어 슬슬 게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게임에서도 배울것이 있다"라는 주의라
아이들의 게임을 막는편은 아니다.
첫째는 패션쇼에서 옷을 골라입혀 점수 대결을 하는 게임을,
둘째는 자동차 게임을 좋아한다.
문제는 둘째가 스스로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둘째는 아직 방향기 조작이 낯설다.
나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메이플 스토리를 밤낮없이 하던 사촌동생들은 미취학 시절부터 방향키는 씹어먹었는데;;
아무래도 주말에 한시간씩 하는 걸로는 방향키 조작에 익숙해지기 부족한가 보다.
"이렇게 이렇게 손가락을 두고 동시에 눌러야 하는 거야~"
아무리 설명하고 보여줘도,
고사리 같은 손을 방향키에 함께 올리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결국 둘째는 앞으로 가는 화살표 하나만 맡는다.
화면 속의 자동차가 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며,
"아빠, 이쪽으로 가자.", "저기로 올라가보자." 입으로 운전을 한다.
당연히 좌우 방향키는 내 몫이다.
이러다보니 둘째가 컴퓨터를 하는 동안 나는 꼼짝없이 곁에 붙어있어야 한다.
지난 주말, 저녁식사를 마친 둘째가 나를 불렀다.
"아빠, 나 자동차 게임할건데 도와줘."
"아빠 지금은 안돼. 설거지 하잖아."
"그럼 내가 혼자 해볼게."
"그래 그래~ 할 수 있을거야."
둘째가 하는 자동차 게임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자유형 게임이다.
경주를 하는 게 아니라서 앞뒤로만 움직인다해서 게임이 안되는 건 아니다.
'앞뒤로 왔다 갔다만 하더라도 게임은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둘째 혼자 해보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설거지를 마쳤다.
잠시 후 둘째를 돌아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디 으슥한 골목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모니터 속 자동차는 비틀비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가끔 차선을 넘거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둘째는 혼자서 방향키를 모두 써가며 운전하고 있었다.
방향키 위에 놓인 고사리 같은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반박자 늦게 꼼지락거렸다.
이렇게 금새 할 수 있는 걸 왜 그동안 못한걸까.
나는 왜 더 기다려 주지 못하고 기회를 빼앗은걸까.
돌아보면 첫째의 두발 자전거도, 둘째의 배드민턴도 그랬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들도
기회를 주고, 반복해서 실패하다보면 결국 해내고 만다.
내가 아이들의 앞장서 걸어가는 것이
혹시 아이의 달려나감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