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10 첫째
첫째는 만들기를 좋아한다.
레고같은 블럭놀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종이나 테이프로 자질구레한 걸 만드는 걸 좋아한다.
뭘 만들었다하면 방안이 엉망이 되지만
열심히 그리고 오리면서 놀이감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더 크다.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뽑기 장난감을 만들기도 하고,
손수건을 만들어 가방안에 몰래 넣어두기도 한다.
손수건 그림을 쪽지에도 똑같이 옮겨놓는 디테일이 있는 어린이다.
차타고 외출하는 날에는 차에서 놀 장난감까지 스스로 만들어 간다.
조만간 가내수공업 사업자라도 내줘야할 판이다.
딸이 만드는 여러 물건 중에서
가장 잘 사용하는게 있는데 바로 수첩이다.
스케치북을 접어서 만든 수첩.
다 쓰고 나면 또 다시 만들어 사용한다.
딸은 수첩에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방학 중 아내가 일하는 학교를 따라간 적이 있었다.
반나절 엄마를 따라갔다 오더니
보건실 지도부터 가져오고 싶은 물건까지 알차게 적어왔다.
수업에 쓰기위한 인형들이 탐났지만 아무것도 가져오진 못했나보다.
스타필드 나들이 갈 때도
장난감 코너를 둘러보며 갖고싶은 물건을 열심히 적는다.
갖고 싶은 물건을 적는 것은 칭찬스티커를 모을 때 생긴 습관이다.
아이라 7살 때, 40일동안 칭찬스티커를 모으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스티커를 모은 아이는 TV를 보다가 혹은 그 날 기분에 따라 순간적으로 떠오른 물건을 사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정작 장난감을 사도 며칠 지나지 않아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부터 갖고 싶은 걸 적어뒀다가,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다보면 정말 갖고 싶은게 뭔지 알 수 있을거야."
나쁜 소비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한 조언을 해 줬는데,
그 후로 아이는 가지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리스트를 적는다.
한 가지 재밌는 일은 리스트를 쓰기 시작한 후
오히려 갖고 싶은 물건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언제나 리스트를 가득 채우지만 대부분은 며칠만에 잊혀진다.
그렇게 하나하나 지워가다보면
정말 필요한 물건은 몇 없다는 걸 알게 된다.
TV 광고만 나오면 "저거 사야겠다"며 수첩에 옮겨적던 아이는
이제 생일선물을 물어도 "글쎄, 필요한게 없는데?" 라고 답한다.
갖고 싶은 것을 적던 위시리스트가,
필요한 게 없다는 걸 확인하는 체크리스트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