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79 첫째
"리안아, 눈이 잘 안보여?"
요즘 들어 첫째가 계속 눈을 찌푸려서 안과를 다녀왔다.
별 문제 없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첫째의 시력은 0.2, 0.3.
완전히 예상 밖의 결과다. 양쪽 눈 모두 근시에 난시까지 있어 당장 안경을 써야 한단다.
"내가 2학년 처음에는 안그랬거든?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 칠판이 잘 안보여. 그리고 사실 멀리서 오는 친구는 얼굴도 잘 안보여~"
어린이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는걸까?
시력이 나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첫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간 있었던 일들을 무용담처럼 풀어낸다.
“그나저나 리안이 눈이 왜 이렇게 나빠진걸까? 티비를 많이 보는 것도 아닌데...”
이유를 궁금해 하는 내게 아내가 말했다.
“공부할 때 자세 안 좋은게 영향이 커. 고개 푹 숙이고 하는 거 진짜 눈에 안 좋거든.”
아내 말을 듣고 나서야 공부하는 딸 모습이 떠오른다. 책에 들어갈 듯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생생하다. 그런 모습을 보고서도 별 말 하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후회가 된다.
“티비 볼 때도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
뒷북 전문가인 내가 뒤늦게 마음을 다잡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지만 어쩌겠는가.
잃어버린 소는 어쩔수 없으니 외양간이라도 고쳐야지...
의지를 불태우는 나를 보고 딸이 거든다.
쇼파에 안전벨트가 있어야겠어. 앞으로 못나가게 말야.
그래, 딸아.
우리 얼마 안 남은 시력이라도 지켜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