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78 첫째
나이가 많은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더욱 커지는데, 아이들에게는 1년의 시간이 엄청난 경험과 신체능력의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 집 두 어린이 사이에도 두 살이라는 시간 차가 만들어 낸 기울어진 관계가 있다. 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누나의 능력은 동생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주말이 되면 둘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첫째는 혼자서도 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살 둘째는 아직 혼자 외출하지 못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함께 나가지 않으면 꼼짝 없이 집에서만 놀아야 한다.
하지만 첫째는 주말이 되면 알아서 친구와 약속을 잡고, 놀이터나 도서관을 다녀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둘째는 첫째의 외출에 함께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누나 마음에 들기위해 애쓰는 모습은 때로는 안쓰러울 정도다.
주말이 되면 첫째는 둘째에게 채근하듯 묻는다.
누나랑 같이 놀거야? 안 놀거야?
"놀거야..."
첫째의 물음에는 질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게 누나 말 안 들으면 같이 놀 수 없어' 라는 엄포가 섞인 물음이다.
둘째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못마땅한 것이 있어도, 성에 차지 않아도 알겠다며 누나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누나 따라 놀이터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만 보면 완전히 기울어진 듯 한 남매 관계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첫째 역시 둘째와 같이 노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첫째에게 둘째는 ‘늘 쫓아다니는 귀찮은 존재’인 동시에 ‘막상 없으면 허전하고 아쉬운 존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둘의 관계가 완전히 뒤집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누나의 횡포에 지친 둘째가 보이콧을 선언할 때가 있다.
"누나가 하고싶은 것만 하잖아. 나는 집에서 놀래."
외출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그냥 혼자서 놀겠단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급한 쪽은 첫째다. 허리를 숙여 눈높이까지 맞추며 애원하듯 매달린다.
“그런데 왜 누나랑 안 놀거야?”
“누나 친구들이랑 오늘 뽑기도 할 건데?”
“누나가 너 하고 싶은 것도 할께~”
이렇게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관계 덕분에 우리집 어린이들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우애 좋은 남매가 되었다.
어딜가든 살뜰하게 동생을 챙기는 첫째도 누나 말이라면 철석같이 지키는 둘째도
참 대견한 어린이들이다.
오늘도 첫째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런데 있잖아~. 내 동생도 같이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