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60 첫째, D+2394 둘째
초등학교 2학년, 예비초등학교 1학년.
두 아이의 저녁공부는 내 몫이다.
3학년을 바라보는 딸은 세자리수 덧셈, 뺄셈을 익히는 중이다.
이제 곧 입학하는 아들은 한창 더하기와 가르기를 배운다.
서로 공부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마주앉아 의지하고 방해하며 공부를 한다.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학 문제라도 바닥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야한다.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게 아니다.
모래알을 다져 벽돌부터 만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내 이성이 날아가고 만다.
'질문하는게 어디야. 애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지~'
언제나 마음을 다잡지만 굳은 결심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고 물으면,
"문제를 잘 잃고 풀어야 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목구멍까지 잔소리가 올라오지만 심호흡하며 고비를 넘긴다.
"어느 부분을 잘 읽어야 해?"
"문제"
"문제의 어느 부분?"
"여기"
"거기에서 어떤게 중요한 것 같아?"
"바구니에 10개씩 담는거"
"그래~.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잘 보고 풀어야 해."
"..."
둘째는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익숙지않다.
한 걸음 나갔다, 두 걸음 돌아왔다 하면서
정답에 닿기위해 함께 방황해본다.
가끔은 옛날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원자력 공학 석사 시절 나를 바라보던 교수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해군 소령이 원자력을 배우겠다며 선발되어 왔는데,
잘 하는 건 우리말 밖에 없는것이 참담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실마리도 잡히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거려본 경험은 누구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 마냥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바보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화를 누르고 어르고 달래며 매일밤 나와 아이들은 씨름을 한다.
첫째가 채점을 해달라며 연습장과 문제집을 가져왔다.
칸을 나눠가며 꼭꼭 눌러적은 연습장에는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며칠 전 풀이를 설명하느라 연습장 사용하는 걸 보여줬더니 따라 해봤나보다.
과연 나아지는가 싶은 것도 결국은 점차 좋아지고,
하루 한 장만큼이지만 아이들은 분명히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