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사랑해서 그래

D+3304 첫째

by 바다별

네 식구가 나란히 누워자는 침대.

첫째는 나와 아내의 베개를 냄새로 구분한다.


"엄마 베개는 향기가 나~"

베개에 코를 묻고 있는 딸에게 아빠베개는 어떠냐고 물었다.

"아빠 베개는 뭔가 깊은 냄새가 나."

아리송한 말을 하는 딸.

나쁜 냄새는 아니라지만, 향기도 아닌가 보다.


평소처럼 잠자리를 준비하던 딸이 말했다.

"아빠, 그런데 요즘 엄마 냄새가 점점 아빠랑 비슷해지고 있어."

"그래? 엄마한테도 알려줘~. 왜 그런것 같아?"

툭 던진 물음에 아이는 생각이 깊어졌다.


'머리를 잘 안감았거나, 베갯잇을 바꿀때가 되었겠지' 라며,

속으로 답을 내리고 돌아서는데 딸이 외쳤다.


"뜨겁게 사랑해서 그런가봐!"


아이고... 또 당했다.

뜨겁게 사랑해서 그렇다니.

짖궂은 대답으로 아내를 놀려주려던 내가 괜히 부끄러워졌다.




말은 한 사람의 세상이다.

입 밖으로 내놓는 말을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속으로 되뇌는 말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된다.

좋은 말은 좋은 세상을 만들고,

그렇지 않은 말은 역시 그 만큼의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은 어느새 자신의 말로 세상을 만들었나 보다.

그리고 그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따스하고 달콤한 듯 하다.


달달한 말 덕분에 달달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