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01 첫째
주말 낮시간.
한 나절 내내 아이들과 붙어서 부대끼다가 잠시 틈이 났다.
아내는 먼저 꿈나라로 드셨고,
나도 아내의 등에 매미처럼 붙어 뒤를 따르려는데 남매가 나타났다.
"아빠!! 놀아줘!!!!"
5분 전까지 놀아준 아빠는 다른 아빠인 건가...
"어린이들아, 아빠도 너희랑 노는게 너무 좋아.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아빠만을 위한 시간이 있다면
너희랑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음... 알겠어. 1시간 있다가 올께~!"
읭??!! 부질 없는 소리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첫째가 순순히 물러난다.
둘째도 스르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예상치 못한 꿀같은 낮잠 한시간을 얻었다.
노곤노곤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첫째도 아내 옆에 잠들어 있다.
자그락 자그락. 혼자서 레고놀이를 하고있는 둘째.
짧은 자유시간이 눈덩이처럼 굴러 커다란 미안함으로 되돌아온다.
"후루야, 우리 산책다녀올까?"
쌀쌀한 날씨지만 아들과 둘이 동네 한바퀴 산책을 나섰다.
똑 떨어진 커피를 사고, 저녁으로 먹을 고기도 샀다.
그냥 다녀오면 5분이면 될 거리를 빙빙 돌아 엿가락처럼 늘인다.
고래놀이터를 지나 무지개놀이터도 들렸다.
콧구멍에 찬바람이 드나드는 것 만으로도 둘째는 신이 난다.
까르르 넘어가는 둘째덕에 나도 신이 난다.
잠시 혼자 두었던 미안함을 그렇게 씻어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딸이 말했다.
"아빠, 그런데 나는 솔직히 아빠말이 이해가 안됐어. 같이 있으면 그냥 좋은거 아냐?
나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까?"
껄껄껄 웃음이 터졌다.
그래,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겠지.
엄마 아빠가 되면 더 잘 알겠지.
너무 사랑해서 다 내어주고 싶지만
가끔은 나만 챙기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을.
그렇게 나를 위한 작은 몫을 챙겼다가
금새 후회하곤 어린이들 곁을 찾아가는 그런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