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경건한 서민의 결혼식
인도식 청첩장을 받았다. 우리 사무실의 성실한 직원 스왑닐이 장가를 갔다. 2026년 2월 20일 금요일 11시 뭄바이의 외곽 위성도시인 Thane(타네)의 한 예식장이었다.
타네는 처음이었다. 뭄바이에서 외각으로 멀어질수록 거리 풍경은 소박이라 할까... 삭막이라 할까... 좁고 낡은 주택 사이로 회색빛 고층 소형평형 아파트가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뭄바이의 경제 성장에 따라 베드타운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온 사방이 공사판이니 먼지가 자욱했다. AQI는 300에 가까웠고 App의 화면은 그린, 노랑, 주황, 빨강을 넘어 짙은 보랏빛 색으로 경고를 하였다. 예식장은 5층은 되어 보이는 소박한 인도식 콘크리트 건물로 인도 특유의 연한 황토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니 밖과는 달리 화사한 핑크빛 꽃장식이 가득했다. 오래전 한국의 소도시 예식장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이라고는 나와 함께 간 동료 한 명뿐이었다. 수백의 눈동자가 우리에게 쏠렸다.
식장에서 본 스왑닐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인도 어느 지방의 영주의 모습이었다. 이제 겨우 서른인데 서남아인 특유의 부러운 수염밀도 덕에 더욱 근엄하고 존귀한 풍모였다.
인도는 거의 대부분이 중매결혼이다. 워낙 사회적 계층, 민족, 직업, 종교, 언어가 다양하다 보니 집안별로 풍습이 너무 달라 연애결혼보다는 조건이 비슷한 이들끼리 하는 중매결혼이 압도적으로 선호된다. 그래서 인도는 스마트 매칭 알고리즘을 자랑하 온라인 중매 플랫폼이 매우 발달해 있고 사용자는 결혼 당사자가 아닌 부모라고 한다. 스왑닐도 약혼 전에 딱 한 번 신부를 봤다고 한다. 결혼식날까지 포함해서 다섯 번 본 신부와의 결혼식이 마치 미팅 후 다섯 번째 데이트와 같은 설렘이 가득한 느낌이다. 반면 요즘 우리 결혼식은 부부의 서사가 가득한 동영상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 이렇게 사랑했고 드디어 결혼식을 하니 축하해 주세요라는 이벤트 느낌이다.
TV 인간극장에서 본 모습이나 발리우드 영화처럼 춤과 노래가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된 결혼식은 종교적 의례에 가까웠다. 시끌벅적한 부유층 결혼식과 달리 소박한 서민의 결혼식은 간소했지만 경건했고, 차린 음식은 소박했지만 손님에 대한 정성스러운 마음은 충분히 넘쳐흘렀다.
결혼식 의례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 전통결혼식과 의미도 비슷했다. 가장 눈에 띄는 마라티(뭄바이가 있는 마하라슈트라의 주요 민족)식 의식은 '삽타파디'였다. Saptapadi(सप्तपदी)는 산스크리트어로 Sapta는 일곱, Padi는 걸음을 의의한다. 만답(Mandap)이라 불리는 단상 위에 피워진 화로 속 불(아그니, Agni,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성스러운 증인 역할)에 쌀로 만든 뻥튀기를 일곱 번 공양하며 부부가 일곱 가지 기도를 한다. 남편 네 번, 부인 세 번.
기도의 내용은 서로 사랑하겠다,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 재산을 잘 관리하며 평생 함께 하겠다 등 결혼식에 있을 만한 내용이다. 매번 공양할 때마다 화로를 한 바퀴씩 다 같이 돈다. 이때 부부는 서로 천으로 묶여 연결되어 있다. 직관적이면서도 엄숙해 보이는 나의 첫 인도식 결혼 참관이었다.
이 결혼식장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직장 상사이다 보니 한국의 상주석 위치에 해당하는 제일 앞줄 좋은 의자에서 결혼을 축하하는 영광도 누렸다. 영어를 못하시는 스왑닐의 부모님은 몸짓으로 차려 놓은 음식 많이 먹고 가라고 연신 손을 모으셨다.
금요일 결혼을 축하하고 월요일 출근을 했더니 새신랑이 출근해 있었다.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매달 지불하는 한 줌 월급이 미안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아이들의 웃음, 행복과 경제적 여유가 가득하길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 인도의 주요 결혼 매칭 플랫폼, Shaadi.com, Jeevansathi.com, BharatMatrimony.com
* 삽타파디는 산스크리트어로 인도 남부에서 주로 부른다. 인도 북부는 힌디어로 7 Phera라고 부른다.
Phera는 돈다 라는 뜻이다. 뭄바이는 인도 각지 문화가 혼합된 곳으로 삽타파디와 페라가 혼용되고 있다.
(출처: 우리 집 가사도우미 락슈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