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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25. 2021

Since 1981, 술꾼들이 붙여준 이름 진짜해장국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진짜해장국 대화정

양이 좀 많다 싶었지만 먹다 보면 맛에 취해 식사량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의 해장국이 바로 그렇다. 메뉴는 해장국과 삼겹살, 단 두 가지에 불과한데 단골로 보이는 옆 테이블의 노인장께서 "삼겹살이 생각나 이 집에 방문하게 돼도 정작 주문하는 건 해장국"이란 푸념 아닌 푸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리문에는 진짜해장국 대화정이란 이름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이 집의 상호가 <대화정>이었다는 것은 정작 계산하고 문을 나선 후였다. 상호를 <진짜해장국>으로 알고 갔기에 근래 개업한 식당으로 알고 갔는데, 유리로 된 출입문에는 <진짜해장국 대화정>이라고 라벨링 되어 있다. 작명 역시 시대의 유행을 타는지라 1981년 개업한 이 식당이 이렇게 긴, 그리고 이렇게 직관적인 상호를 지었을 리는 만무하니 결국 여기 해장국을 사랑하는 술꾼들이 속을 “진짜 잘 풀어준다" 고 입소문이 나며 상호명에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건더기 푸짐한 대화정의 해장국(특)

이 집 해장국은 사골육수에 된장을 풀고, 우거지와 선지를 같이 삶아내는 <서울식>이다. 여기선 무조건 보통이 아니라 <특>을 주문해야 한다. 대부분 국밥집에서 보통과 특은 고기의 양 차이이기도 하지만, 특에만 별도로 제공되는 부위가 있는 경우도 꽤 다수이다. 진짜해장국집에서 보통은 우거지와 선지만 들어가지만, 특으로 주문하면 고기가 제법 실하게 붙어있는 큼지막한 소뼈 두 덩이가 추가된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한 덩이는 고기를 발라먹고, 다른 한 덩이는 고기를 발라 다시 국물에 넣어 밥을 말아 깍두기와 함께 먹는 것이다.


깊고 개운한 국물, 탱글한 식감을 주는 선지, 시원한 맛을 주는 우거지의 콜라보는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해장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 추가잡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출시 당시 광고 영상 캡쳐

특성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브랜드로 기억에 남는 제품은 2006 출시한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이다. 분명 모든 사람들이 바나나의 속살은 하얗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시장 지위가 워낙 견고하다 보니 아예 브랜드 네이밍을 직관적인 서술형 문장으로 정하여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것이다. 21세기에도 직관적인 네이밍이 문화 충격이었는데, 직장인을 상대로  식당이 20세기  진짜해장국이란 상호를 정식으로 정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위로부터 열차집, 원조할아버지 순두부

손님들이 붙여준 애칭이 그대로 상호가 된 식당은 대화정 외에도 열차집과 아차산할아버지 등이 있다.

종각역 인근 돼지기름으로 부침개를 하는 <열차집>은 식당 초창기 집과 집 사이 추녀 밑에서 테이블을 깔고 장사하는 모습이 마치 열차 같다 하여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광진구 소재 두부집인 <원조 할아버지 손두부>라는 상호명이 번듯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골들에게는 아차산 할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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