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진짜해장국 대화정
양이 좀 많다 싶었지만 먹다 보면 맛에 취해 식사량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의 해장국이 바로 그렇다. 메뉴는 해장국과 삼겹살, 단 두 가지에 불과한데 단골로 보이는 옆 테이블의 노인장께서 "삼겹살이 생각나 이 집에 방문하게 돼도 정작 주문하는 건 해장국"이란 푸념 아닌 푸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집의 상호가 <대화정>이었다는 것은 정작 계산하고 문을 나선 후였다. 상호를 <진짜해장국>으로 알고 갔기에 근래 개업한 식당으로 알고 갔는데, 유리로 된 출입문에는 <진짜해장국 대화정>이라고 라벨링 되어 있다. 작명 역시 시대의 유행을 타는지라 1981년 개업한 이 식당이 이렇게 긴, 그리고 이렇게 직관적인 상호를 지었을 리는 만무하니 결국 여기 해장국을 사랑하는 술꾼들이 속을 “진짜 잘 풀어준다" 고 입소문이 나며 상호명에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집 해장국은 사골육수에 된장을 풀고, 우거지와 선지를 같이 삶아내는 <서울식>이다. 여기선 무조건 보통이 아니라 <특>을 주문해야 한다. 대부분 국밥집에서 보통과 특은 고기의 양 차이이기도 하지만, 특에만 별도로 제공되는 부위가 있는 경우도 꽤 다수이다. 진짜해장국집에서 보통은 우거지와 선지만 들어가지만, 특으로 주문하면 고기가 제법 실하게 붙어있는 큼지막한 소뼈 두 덩이가 추가된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한 덩이는 고기를 발라먹고, 다른 한 덩이는 고기를 발라 다시 국물에 넣어 밥을 말아 깍두기와 함께 먹는 것이다.
깊고 개운한 국물, 탱글한 식감을 주는 선지, 시원한 맛을 주는 우거지의 콜라보는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해장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 추가잡설
특성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브랜드로 기억에 남는 제품은 2006년 출시한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이다. 분명 모든 사람들이 바나나의 속살은 하얗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시장 지위가 워낙 견고하다 보니 아예 브랜드 네이밍을 직관적인 서술형 문장으로 정하여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21세기에도 직관적인 네이밍이 문화 충격이었는데, 직장인을 상대로 한 식당이 20세기 말 진짜해장국이란 상호를 정식으로 정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손님들이 붙여준 애칭이 그대로 상호가 된 식당은 대화정 외에도 열차집과 아차산할아버지 등이 있다.
종각역 인근 돼지기름으로 부침개를 하는 <열차집>은 식당 초창기 집과 집 사이 추녀 밑에서 테이블을 깔고 장사하는 모습이 마치 열차 같다 하여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광진구 소재 두부집인 <원조 할아버지 손두부>라는 상호명이 번듯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골들에게는 아차산 할아버지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