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홍지동 몽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식당 정보는 흔해지고 접근성은 좋아지니 다들 미식가를 자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외식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가 두드러지게 변했는데 방문 목적이 음식물 섭취에 국한되기보다 공간과 음식, 사람에 대한 복합적인 <경험>으로 옮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험이 주된 목적이 되다 보니 특히나 카페의 경우 과거 창업 시 우선 고려 대상이었던 유동인구數와 입지보다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무언가>를 강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별한 경험이라 하면 他 업장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독창적인 메뉴일 수도 있고, 이 곳 아니면 볼 수 없는 탁 트인 풍광일 수도 있고, 카메라 들이대는 족족 인생 사진이 나오는 독특한 공간 인테리어일 수도 있다.
2020년 8월경 개업한 상명대 인근의 <몽핀>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는 "서울 유일의 지하 동굴 카페"라는 점에서, "흥선대원군의 별장인 석파정 별당을 옮겨다 놓은 역사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종 황제의 즉위를 기념하여 만든 경복궁의 만세문을 거닐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석파랑은 한국을 대표할만한 정통 한정식당으로 본관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비(妃), 순종효황후의 생가를 이전 복원한 것이고, 언덕에 있는 별채는 흥선대원군이 중요한 손님과 국사를 논하고, 난을 칠 때 사용했다는 석파정 별당을 옮겨다 놓은 것이다. 그래서 석파랑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호(號)인 석파(石坡)에서 상호를 차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석파랑 별관 역시 "돌산을 깨서 만든 지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석파(石破)로도 풀이된다는 것이다. 이 공간에 자리 잡은 몽핀(monpin)이란 이름도 재미있다.
몽핀은 밤식빵, 맘모스빵으로 유명한 르빵(Le Pain)의 진화된 브랜드이다. 베이커리 위주의 업장은 기존 브랜드 그대로 르빵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대형 베이커리 카페형 공간인 이곳은 몽핀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마침 임태언 오너 셰프에게 네이밍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었는데, 아직 베이커리 카페를 구상만 하던 단계에서 본인이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길몽을 꾸었단다. 후에 이 장소를 계약하고 석파랑의 뒷산을 바라보니 별채 공간 뒤로 보이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꿈에서 본 그 나무와 똑같아서 "꿈을 뜻하는 몽(夢)과 소나무를 뜻하는 불어 Pin"을 합하여 몽핀이라 지었다고 한다. 실제 몽핀(monpin)의 심볼은 석파랑 언덕의 소나무를 묘하게 연상시킨다.
카페와 관련하여 대단한 품평을 할 실력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업장에서는 <빛과 소리, 스토리> 3요소가 씨줄 날줄로 단단히 매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동굴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플랜트(Plant)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채광처럼 보이는 딱 알맞은 밝기의 빛, 테이블 위로 떨어져 빵과 커피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과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명기 오디오의 조합은 이 공간을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