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內 고향손칼국수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 거래 시장이자 서울 최대 규모의 재래 시장인 광장시장은 빈대떡과 육회, 마약김밥과 찹쌀꽈배기가 공존하는 <혼돈의 음식 천국>이다.
2019년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Netflix는 아시아 9개 도시의 Street Food를 다룬 다큐멘터리, <길 위의 셰프들>을 선보였는데, 서울편에서 소개된 식당이 바로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70호 포차인 <고향손칼국수>이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식당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먹거리 천국, 서울에서 왜 하필 Netflix는 시장 한켠에서 만두와 칼국수를 판매하는 작은 포장마차형 식당에 주목했을까.
다큐멘터리에서 설명하길 한국인의 기본 정서는 바로 한(恨)이고, 그 한 많은 삶을 인생에 투영하여 음식을 만드는 이로 고향칼국수의 <조윤선> 사장님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뜻 아시아 대도시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다큐로 보이는 이 영상은 음식은 소재에 불과할 뿐 결국 <사람>을 담은 이야기이다.
자동차 부품 대리점 사업을 하다 망한 남편, 친정 어머니께서 전수해주신 전통 음식, 전쟁터인 시장 골목에서 자리잡고 빚을 다 가리고, 아들을 포시즌스 호텔 중식당 셰프로 키워낸 그녀의 삶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恨)을 꾹꾹 눌렀단느 그녀의 독백은..
"삶은 이렇게도 고단하기도, 보람되기도 하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게 한다.
Netflix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상의 시작은 조윤선님이 출근을 위해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인디언 전사가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얼굴에 화장하듯이..
주문한 음식은 이 집의 대표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메뉴인 <만두칼국수>이다. 직접 반죽하여 투박하게 잘라낸 칼국수와 만두 2알을 주는데, 시장 음식답지 않게 육수의 풍미도 깊고 김가루와 호박 등 꾸미도 푸짐하다. 굉장히 뜨거운 칼국수를 입에 가득 넣고 차가운 김치를 연이어 넣어 온도를 중화시키면 이게 바로 입안의 작은 행복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괜히 뿌듯해진다.
시장 한복판에서 노상 식탁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문득 김춘수 시인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 한구절이 떠올랐다.
알고 나면 나쁜 사람 없듯이 이미 그녀의 인생과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지 알고 방문했는데, 음식맛이 없을리가 없다.
시장 한켠의 칼국수 한 그릇이 뭐라고 괜시리 내 하루가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