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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l 26. 2022

화상 노부부의 <가정식 중식>을 경험하다

서울특별시 중구 회현동1가 '만만소흘'

바야흐로 중식 르네상스의 시대이다. 한때 외식 대표주자로 사랑받았던 짜장면과 탕수육이 '동네 식당에서 배달시켜 먹는 저렴한 고열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데다 젊은 해외 유학파 출신의 일식과 양식 쉐프가 대거 외식시장에 진출하여 스테이크와 스시 등이 인기를 더하니 2000년대 들어 중식은 암흑기 터널에 있었다 해도 무방하다.

냉부해의 이연복 쉐프와 중식 4대 문파 (출처 : JTBC)

그러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목란의 이연복 쉐프를 필두로 중식 4대 문파가 재조명되었고, 이에 더해 사회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의 훈기가 노포 중식당에까지 미치니 2015년을 전후로 중식은 재부흥의 시기를 맞이하여 황금기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 천편일률 동네 중식당 수준에 머물렀던 중식이 다이닝 레스토랑의 영역까지 진출한 데다 한동안 웤을 놓았던 중식 고수의 귀환 사례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중식이 대접받는 세상이 오다 보니 <외식메뉴>로 사랑받던 중식에 외식의 대척점인 <가정식 중식>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화려하지만 빛나지 않기를'처럼 일견 멋있어 보이나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조미료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진 음식이 짜장면이거니와 가정식 중식이라는 표현은 그간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중식은 상업적인 음식이라는 자기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여 몹시 불편하기까지 했다.

회현동 골목에 자리잡은 만만소흘 식당 전경

남대문 시장 건너편 회현동 골목에 자그마하게 둥지를 튼 이 식당은 화상이 1980년대 중식의 황금기 시절 서울 도심에서 크게 중식당을 운영하시다가 접은 뒤 소일거리 삼아 다시 여신지 두어 달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1980년대 국내에서 중식당을 크게 하셨다면 십중팔구 산동성 출신 화교일 가능성이 큰데 취급하는 음식은 <산동식 일품요리>와 <광동식 딤섬>으로 모두 준수함을 넘어 훌륭한 수준이다.

만만소흘 식당 간판과 일품 요리 메뉴

만만소흘(滿滿小吃)이라는 이 식당의 음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가정식>이다. 마치 친구네 집 놀러 갔더니 솜씨 좋은 어머님이 이것저것 만들어내듯 조미료의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만두소는 직접 다져 꽉 채워 넣으니 도저히 이해 불가의 영역이었던 <가정식 중식>이라는 단어가 이 집의 음식을 경험함으로써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상호로 사용한 소흘(小吃)은 주인장이 본인의 음식을 겸손히 낮추어 '보잘것없는 간단한 음식'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에 음식을 만드는 정성을 가득히(滿)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바른 마음을 가득히(滿) 하니 그래서 상호가 만만소흘(滿滿小吃)이다.

만만소흘의 딤섬 5종과 단골 예약자들을 위한 히든 메뉴, 봉황의 눈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의 출신이 산둥성이라 일품요리도 훌륭하지만, 국내 중식당 중 딤섬으로 가성비와 맛을 한 번에 사로잡은 식당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만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며 기술을 익히셨다는 딤섬류를 더 추천한다.

육즙 가득한 소룡포

매주 휴무일인 일요일 노부부가 만두와 딤섬을 직접 빚으신다고 하는데, 딤섬마다 각기 다른 재료와 배합으로 만든 밀가루 익반죽과 중식도로 쳐낸 재료의 식감 궁합이 썩 훌륭하다.

추천 일품요리인 라조육과 유니짜징면

웤에 튀겨내듯 구워낸 계란 후라이가 올라간 유니짜장도 일품이다. 짜장면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캐러멜의 단맛과 조미료의 감칠맛 들어간 춘장때문인데, 이 집의 짜장면은 직접 콩으로 춘장을 담궈 자극적인 단맛은 제하고 담백함을 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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