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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Aug 09. 2022

제주도의 소울푸드, 김밥

제주에서 김밥이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 그 지역에서 내려오는 고유의 향토음식은 아닌데, 유독 사랑받으며 발달한 음식이 있는 경우가 있다. 부산의 떡볶이와 대전의 칼국수가 그러하고, 제주의 김밥이 그러하다. 부산에서는 어묵이 발달하며 시너지 효과로 분식 카테고리인 떡볶이가 더불어 발달했고, 한국 전쟁 이후 구호물자인 밀가루가 근대 철도 물류의 중심지였던 대전으로 집산되며 칼국수가 널리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밥은 '조미된 밥을 김에 말아낸다'라는 단순한 조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다 전국 각지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음식이기 때문에 유독 제주의 김밥이 특별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제주도의 다양한 김밥 (클래식김밥, 전복김밥, 꽁치김밥, 성게알 감태김밥, 허니마요게살김밥)

제주지역에서의 김밥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호사가들이 따로 부르는 <3 김밥>이라는 타이틀까지 있는 데다 클래식 스타일부터 이색 재료를 활용한 김밥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전국의 모든 식당  예약이 가장 어렵다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 서귀포의 '오는정 김밥'이고,  귀한 전복으로 만든 '김만복 김밥' 있으며, 모슬포에는 무려 감태로 밥을 싸고 성게알을 올린 2 원대의 김밥도 존재한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장면

최근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ENA 2022. 6月~, 16부작>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김밥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데 그 이유를 "김밥은 믿음직스럽다. 속재료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다."라고 하였다.

출륙금지령(김만덕기념관의 안내문)과 4.3평화공원의 변뱅생 모녀상

제주는 멀리는 조선 인조 당시 <출륙 금지령>을 내려 육지로 제주 유민이 유입되는 것을 막았고, 가까이로는 1948년 4. 3 사건의 비극으로 도민 인구 8명 중 1명이 피해를 입은 아픔의 땅이다. 제주인의 시각으로 보면 이러한 아픔이 모두 <육지것>들에 의해 이뤄졌으니 믿음으로 이루어진 혈연과 지연 공동체인 <괸당 문화>가 다른 도서 지역에 비해 더욱 공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쨌든 공급 측면에서는 '믿음직스러운 음식, 김밥'의 특성이 제주인의 무의식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주관적인 생각을 해본다.

제주 곳곳에서 올라가는 한라산 등반코스와 제주오름지도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또 하나 수요측면에서 보자면 제주는 '여행의 섬'이다. 한라산과 오름을 오르고, 올레길을 걷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제주에 다다른 여행객은 길을 나선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길 위에서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취식 가능한 <김밥>을 능가하는 음식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한라산으로 오르는 길은 제주섬 팔방에서 시작하니 제주와 서귀포의 김밥집은 늘 새벽부터 성업 중이다.


여름휴가로 방문한 제주에서 화려한 음식을 뒤로 하고 겨우 김밥을 먹으며 한 생각치고는 거창하긴 해도 너무 그럴듯하지 않은가?


아픔의 역사를 지닌 땅에서 만드는 믿음의 음식..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

그래서 제주에서 한 끼는 무조건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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