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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09. 2021

Since 1968, 전설의 해장국

서울시 중구 무교동 북어국집

음식은 시대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다. 대중화된 서민 음식일수록 시대상과 지역성을 더 많이 담기 마련이며,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해장국>이다.

과음한 다음날 따뜻한 국물로 속을 보한다는 개념으로 보자면 우리네 민족 음식인 탕국은 모두 해장국일 수 있는데, 지역마다 해장국의 주재료는 서로 상이했다.


서울은 <선지 해장국>이 유명한데, 이는 사대문의 동쪽(신설동)과 서쪽(아현동)에 있던 도수장(지금으로 치면 도축장)의 운영으로 소의 부산물로 탕국을 끓이던 것에서 유래한다.

전북 및 전주 지역은 예로부터 물이 맑고 시원하여 콩나물을 재배하기 좋은 지역이었는데, 찜요리와 해장국 등 콩나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실제 전주 음식이 프랜차이즈로까지 확대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백집, 현대옥 등에서 먹을 수 있는 <콩나물 국밥>이다.


식당에 걸어놓은 황태덕장 사진

해장에 좋기로 <황태>를 빼놓을 수 없다. 명태가 냉동과 해동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말려진 것이 바로 황태인데, 인제 용대리가 바로 황태덕장의 본고장이다. 본디 황태는 이북 함경도가 본고장이다. 한국전쟁통에 피난 온 명태 업자가 인제 용대리와 평창의 대관령이 남한에서는 황태 생산의 최적지라는 것을 알고 덕장을 만든 것이 바로 1960년대 초반이다.


1968년 개업한 무교동 터줏대감, 북어국집

서울에서 전설의 해장국 식당으로 꼽히는 <무교동 북어국집>이 개업한 것은 남한에 황태덕장이 생긴 지 몇 년 후인 1960년대 후반이다.

업력으로 치면 52년 차로 반백년을 훌쩍 넘긴 곳이고, 내 개인적으로는 코흘리개 신입 사원 시절 과음한 선배들 따라 감탄하며 먹었던 곳이다.


부드럽게 풀어낸 계란물이 들어간 뽀얀 국물의 북어국

사골과 북어 대가리를 섞어 우려낸 뽀얀 육수, 부드럽게 풀어낸 계란물과 두부 등은 쓰린 속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북어국 한상 차림

굳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을 정도로, 다시 말하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데 난 꼭 이 집에선 뜨거운 국물에 부추를 잔뜩 풀어내어 숨을 죽인 다음 밥을 꼭 말아먹는다.

매실액으로 양념한 오이지가 이 집의 에이스 반찬인데, 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매실향, 기분 좋게 씹히는 설탕 입자가 슴슴한 국물의 맛을 서너 배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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