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무교동 북어국집
음식은 시대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다. 대중화된 서민 음식일수록 시대상과 지역성을 더 많이 담기 마련이며,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해장국>이다.
과음한 다음날 따뜻한 국물로 속을 보한다는 개념으로 보자면 우리네 민족 음식인 탕국은 모두 해장국일 수 있는데, 지역마다 해장국의 주재료는 서로 상이했다.
서울은 <선지 해장국>이 유명한데, 이는 사대문의 동쪽(신설동)과 서쪽(아현동)에 있던 도수장(지금으로 치면 도축장)의 운영으로 소의 부산물로 탕국을 끓이던 것에서 유래한다.
전북 및 전주 지역은 예로부터 물이 맑고 시원하여 콩나물을 재배하기 좋은 지역이었는데, 찜요리와 해장국 등 콩나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실제 전주 음식이 프랜차이즈로까지 확대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백집, 현대옥 등에서 먹을 수 있는 <콩나물 국밥>이다.
해장에 좋기로 <황태>를 빼놓을 수 없다. 명태가 냉동과 해동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말려진 것이 바로 황태인데, 인제 용대리가 바로 황태덕장의 본고장이다. 본디 황태는 이북 함경도가 본고장이다. 한국전쟁통에 피난 온 명태 업자가 인제 용대리와 평창의 대관령이 남한에서는 황태 생산의 최적지라는 것을 알고 덕장을 만든 것이 바로 1960년대 초반이다.
서울에서 전설의 해장국 식당으로 꼽히는 <무교동 북어국집>이 개업한 것은 남한에 황태덕장이 생긴 지 몇 년 후인 1960년대 후반이다.
업력으로 치면 52년 차로 반백년을 훌쩍 넘긴 곳이고, 내 개인적으로는 코흘리개 신입 사원 시절 과음한 선배들 따라 감탄하며 먹었던 곳이다.
사골과 북어 대가리를 섞어 우려낸 뽀얀 육수, 부드럽게 풀어낸 계란물과 두부 등은 쓰린 속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굳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을 정도로, 다시 말하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데 난 꼭 이 집에선 뜨거운 국물에 부추를 잔뜩 풀어내어 숨을 죽인 다음 밥을 꼭 말아먹는다.
매실액으로 양념한 오이지가 이 집의 에이스 반찬인데, 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매실향, 기분 좋게 씹히는 설탕 입자가 슴슴한 국물의 맛을 서너 배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