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원대구탕
삼각지는 서울역-한강-이태원으로 통하는 세 갈래길이자 국방부가 자리 잡은 곳이다.
한때 강북 교통의 요충지로 유동인구가 많았던 데다 군인이라는 고정고객층이 있으니 삼각지 뒷골목은 세월을 이겨낸 노포가 꽤 여럿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는 동일 메뉴를 다루는 음식점들이 몰려 <먹거리 골목>을 이룬 곳들이 있으니 용두동 쭈꾸미골목, 종로3가 보쌈골목, 동대문 생선구이골목 등이 그렇다. 삼각지에도 1980년을 전후해 대구탕 식당이 운집하며 <삼각지 대구탕 골목>이 형성되었다.
주문은 인원수대로 들어가며 대구머리와 몸통살, 내장을 섞어 요청할 수 있는데, 세월을 머금은 스텐냄비에 무와 콩나물, 미나리와 대구가 듬뿍 담겨 제공된다.
생선 매운탕은 센 화력으로 일정 시간 화르륵 끓여내야 잡내 없이 깊은 맛이 나기 마련인데, 부르스타(휴대용 가스버너)가 아닌 가스 연결밸브로 화력을 조절하는 그 옛날의 화구를 사용한다.
대구는 살은 많은데 지방 함량이 적고 맛이 담백하여 호불호가 거의 없는 생선이다. 거기에 이리와 곤이 내장이 깊은 맛을 내주고, 콩나물과 미나리가 시원한 맛을 내주니 이 식당은 항상 문전성시이다.
이 집을 제대로 즐기는 팁은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나 우동 사리 등을 넣어 맛을 흐리지 말고 본연의 탕으로 먹은 후 <볶음밥>을 주문하는 것이다. 미나리 줄기를 쫑쫑 썰어 넣은 양념에 <대구아가미젓갈김치>를 넣고 볶아내는데,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워낼 수 있을 만큼 맛깔스럽다.
# 추가잡설
2003년 창업주의 따님께서 시흥에 직영점을 내셨다지만, 프랜차이즈도 내지 않은 식당에서 굳이 창업주가 계산대 뒤에 내건 <원대구탕본점>이라는 글을 쓴 재미있는 배경이 있다.
원대구탕의 창업주인 손양원•김명희 부부가 본디 대구탕 장사를 시작했던 곳은 바로 옆 <자원대구탕> 자리이다. 저렴하면서 푸짐하며 시원한 국물의 대구탕이 인근 직장인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업하자 임대기간이 끝나자마자 건물주는 계약을 해지하였고, “자”라는 글자는 작게, “원”이라는 글자는 크게 써 <자원대구탕>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히 바로 옆 자리에 빈 공간이 나 <원대구탕>이라는 본디 상호로 재개업하였으니 그 분심이 어찌나 원통하고, 원조 식당 자리를 위협당했으니 붓글씨로 <원대구탕본점>이라는 글을 직접 쓰신 건 아닐까 추측한다.
어쨌거나 원대구탕은 오늘도 연중무휴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40여 년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