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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만 Aug 06. 2018

쓰다

인생은 쓰다. 일기를 쓰다

prologue.


사회생활을 9년 정도 했다.


직장인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3-6-9 공식처럼

그 시기마다 방황 아닌 방향을 해 왔다.


3년이 지난 시점에는 이직을 했고,

6년이 지난 지음에는 창업을 준비했다.


이직을 했을 때는 세상에 파라다이스와 같은 회사는 없음을 깨달았고 창업을 준비했을 때는 세상은 전쟁터가 아닌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이 구름처럼 방향 없이 떠돌아 다닌다.



1만 시간의 법칙, 10년의 법칙 등 무엇인가 한 주제에 집중해서 도전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은 자기계발서와 강연을 통해 접하곤 한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나에겐

한 분야의 아웃라이어가 되어 성공한 삶을 누린다는 것이 말 그대로 신화처럼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겠어! 10년 뒤면 40대 중반 이잖아! 그렇다면 지난 10년에서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여 년 동안 나는 무엇을 꾸준히 해왔을까?


지난 10년을 뒤적여봐도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아왔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그러다 10년을 거슬러 볼 수 있었던 일기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 손 때가 기억의 흔적처럼 묻어 있는 일기장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왔고 그 시간 동안 나름 일기를 쓰는 방식과 효과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일기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


안식처다.

모두가 살면서 굴곡이 없겠냐마는 4년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에게는 충격이자 고통이었으며,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손에 쥐고 있었던 일, 사람,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놓아버리고

의도적으로 표류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일었다.


그때, 일기는 가슴속에 맺힌 아픔을 내뱉어 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슬프면 슬픈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쏟아낼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 머리 속에 가득한 부정적인 감정을 펜 끝에 담아 꾹꾹 눌러 써내려 가면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평소 보이지 않았던 다른 가족들도 보이면서 내가 더 씩씩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저장소다.

요즘엔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추억이나 기억할 것을 온라인에 남기곤 한다. 물론 사진과 글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남기는 것은 유의미하다. 하지만 일기만큼 많은 것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이러하다. SNS는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보는 기분이라면, 일기는 과거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당시 상황과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면서 시간을 여행하게 된다.


나침반이다.

일도 삶도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모든 것을 해내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운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아 살아가야 하는가.


학생 시절에는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면 되었으므로 큰 고민이 없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해야 했다. 나는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할 것인가.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중요시 여기며,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가 보인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지난 일기를 되돌아 보고 내면을 들려다 보면 방향이 보이곤 했다.



안식처이자, 저장소. 그리고 나침반의 역할을 해온 일기는 지난 10년 간 나를 흔들리지 않고 삶을 살아오게 한 동력이었다.


누구에게나 방황의 시기는 찾아오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삶의 근간을 흔들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를 잘 극복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어떤 이는 무너지고 주어진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기에 대해 글을 써 보려 한다. 너무나 사소한, 너무나 개인적인 행위로 보일 수 있으나 일기가 주었던 경험, 일기가 주었던 에너지를 나누면서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인생을 함께 느껴 보려 한다.


앞으로 내가 써내려 갈 누추한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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