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을 관리하다
2018년이 되면서 기업과 개인 모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연간 근로시간은 2071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7월 시행되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워라벨(WLB: Work Life Balance)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은 근로에 투입하는 관행을 조정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이슈를 바탕으로 정책과 문화 측면에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 혹은 기업 관점에서 향후 변화를 전망하는 정보와 기사들은 많이 확인할 수 있는데, 한 개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메가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며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하긴 어렵다. 아직 시장에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고, 변화의 파이프라인 끝에 위치한 개인에게 까지 관심이 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벨 문화는 분명 개인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슈이다. 다만 아직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이므로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개인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한 기업의 구성원이라는 위치에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기업에 속해 있는 구성원의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창조 업무와 응용업무, 그리고 단순 업무이다. 각 업무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창조 업무 : 기존에 없던 내용이거나, 기존의 것을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업무
2. 응용 업무 : 업무의 형태는 동일하나 내용이 지속 변경되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업무
3. 단순 업무 : 고도화된 지적활동 없이 주어진 환경 내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업무
'근무 시간 단축'이라는 국가 정책과 '업무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업 전략은 단면적인 측면에서는 상충된다. 허나 이러한 모순된 상황에서 개인은 상황을 극복하고 짧아진 근무 시간 내에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개인은 창조 업무, 응용 업무, 단순 업무에서 창조 업무의 비중을 극대화시키고, 응용업무와 단순 업무를 줄여 모순을 극복해야 하는데 개인의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방향이다.
워라벨 문화는 어떠한가. 정책적인 근무시간 조정으로 개인 시간은 과거보다 확보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업무 생산성' 이슈는 남아있고,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YOLO(You Only Live Once)세대라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일이던, 삶이던 모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가. WORK(일)와 LIFE(삶)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자
- 일은 과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과업의 중요성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 일은 개인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므로, 시급성(시간)에 따라 집중해야 한다.
- 일을 중요성과 시급성으로 분류하고, A-B-C-D 순서대로 처리해 나간다.
- A는 창조업무, B와 C는 응용업무, D는 단순업무 속성을 가지고 있다.
- 응용 업무와 단순 업무는 최소화시키거나 제거시키고, 창조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삶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람의 중요성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 삶은 사람 간의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거리감(공간)에 따라 집중해야 한다.
- 삶을 중요성과 거리감으로 분류하고, A-B-C-D 순서대로 노력한다.
- A는 나 자신과 가족, B는 동료, C는 친구, D는 지인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여러 영역에 겹쳐 있는 사람들도 있다.)
-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양한다.
- 삶의 영역은 개인적 성향이 있으므로 영역별로 달리 구성될 수 있으나, 자신과 가족에게 집중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일을 해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위와 같은 방식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으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특히 단편적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해 나가기 위해서 WORK와 LIFE에 대한 MATRIX를 일기에 반영하여 매일 노력하고 있다.
거시적인 변화의 흐름은 개인이 막을 수 없다.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파도를 타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 필자의 방식이 최선은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