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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만 Aug 18. 2018

결핍의 힘

부족함을 극복하는 생각의 전환

물고기.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보면 크게 2가지로 나눠 생각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내가 먹힐 수 있는 것. 고등어, 삼치, 갈치 등 흔히 식탁에서 볼 수 있는 생선 요리를 보면 당연히 인간이 먹기 위해 세상에 있는 것처럼 친근하고 익숙하게 먹었다. 하지만 종종 영화 소재로 사용되는 '상어'는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여름철이 되면 몇몇 해수욕장에서 들려오던 식인상어의 출몰과 사고는 어린 나에게 흐릿하지만 강렬한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상어.

날카로운 이빨, 매끈한 몸, 그리고 강렬한 눈빛을 가진 이 포식자는 두렵지만 매혹적인 동물이다. 바다에 살고 있는 동물 중 상어를 능가할 자가 없고, 바다를 찾아온 이방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렇게 상어는 완벽한 존재로 보이지만, 해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부족함이 있다. 


부레.

그렇다. 상어는 부레가 없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즉 내가 먹을 수 있는 그런 물고기도 가지고 있는 부레가 상어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어류에 있는 공기주머니인 '부레'의 역할은 물고기 자체의 비중을 물의 비중과 맞춰서 물속에서도 운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 위치에서 평형감각을 유지하고, 상하 이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부레가 필요한데 상어는 이것이 없기에 가라앉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결핍.

상어에게 부레는 결핍이다. 그래서 현재에 안주할 수 없고 움직여야 한다. 매 순간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에 사자의 6배나 달하는 치악력(무는 힘)과 바닷속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날렵한 몸을 가지게 된 것이라 추측된다. 이처럼 결핍은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되기도 한다. 비단 물고기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람의 결핍.

피터 드러커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다. 상어가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부레를 보완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이빨과 속도에 집중하여 진화된 것처럼 말이다. 사람도 약점에 집중하다 보면 평균 수준까지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최고가 될 수는 없다. 반면 강점을 강화시키면 그 분야 내에서는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제는 있다. 바로 자신의 결핍,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결핍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니다. KNOW-HOW의 시대는 가고 이제 KNOW-WHERE의 시대로 오고 있다 하지 않던가.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 년간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가장 강한 동물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결핍을 빠르게 파악하고 서로 채워가며 생존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결핍.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결핍을 인지할 것인가. 아니면 결핍에 매몰될 것인가.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알고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강점, 다른 사람, 다른 대안을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지만, 결핍에 매몰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강점까지 같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상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식탁 위 물고기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할 자신을 온전히 대면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의 결핍을 바라보자. '나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지? 상대적으로 약한 면은 뭘까?'라고 자문해보자. 이때, 결핍에 매몰된다면 스스로가 미워지거나 부모를 원망하게 된다. 결핍은 그냥 있는 그대로 결핍이다. 이것을 부정하기 위해 나를 포함하여 어떤 대상을 찾지 말자. 대신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친구, 동료, 멘토를 만나보자. 그리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사용한 시간은 나의 강점을 강화하는 데 사용해보자. 


인생은 '여행'이 아닌 '여정'이라 했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도 완벽하지 않다.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일뿐이다. 결핍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걸어갈 대상을 찾아보자. 그리고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강점을 키워보자. 어디에 있던 따라다닐 결핍의 그림자는 당신을 더욱 성장시켜 줄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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