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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May 15. 2021

남편 따라 출장 여행

미니애폴리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간 것이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일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서 컨디션이 나아지고 남편을 따라서 출장을 간 곳이 미니애폴리스였다. 1월의 미시간은 싸라기 눈이 햇빛이 없어 녹지 않고 소복이 쌓여 그위로 찬바람이 무척이나 쌀쌀하게 느껴졌는데 미니애폴리스는 내가 사는 미시간보다도 추웠다.


인적 없는 거리에 찬바람만 불고 깨끗한 거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처음으로 가본 Mall of America는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커서 미국의 몰(샤핑몰)이라 불릴 만했다.

타고 가던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이 "여기서 살다 보면 더 이상 더운 데서는 못 살아요"하던 말에 그가 얼마나 이 도시의 삶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지 느껴졌다.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이 프리스쿨을 가기 전(만 2살 반부터 시작)까지 남편의 출장을 따라다녔다.  


이번 출장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이틀간의 휴무를 내고 따라나섰다. 남편은 차를 몰고 시카고를 지나 일박하고 그다음 날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했고 나는 비행기를 타고 남편과 합류하였다. 나만 편도행 비행기를 타야 했던 이유는 남편의 중요한 미팅에 내가 스케줄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북 미시간을  바람도 쏘일 겸 차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기에 아쉬우나마 로드 트립(road trip)을 절반은 같이 할 수가 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남편의 상사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남편이 상사의 사진을 보여주며 찾으면 인사하라던 말을 잊고 있었다. 마스크를 끼고 모자까지 쓰고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열심히 듣고 있는 나를 용케도 찾아냈구나 하는 생각에서 웃음이 나왔다.


저녁은 레드 랍스터(Red Lobster)가 호텔 근처에 있어 지난번 사람이 너무 많고 기다려야 해서 포기했던 기억을 살려 다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 살 때부터 고기보다는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했던 나의 입맛에 seafood는 언제나 좋아하는 메뉴다. 남편의 상사, 남편, 엔지니어 그리고 나 네 명이서 만나 즐거운 한 때의 옛날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다들 백신 접종을 한 상태라 부담 없는 식사를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가 있었다.



다음날, 남편은 미니애폴리스에 헤드쿼터(본사)가 있는 3M 회사와 중요한 모임을 갖고 나는 하루 종일 호텔에서 책(Audible book)을 들으며 전자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읽는 책은 < Apocalypse Never>라는 환경에 관련된 책으로 다 읽은 다음에 브런치에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하루 종일 같이 일했던 3M 관계자들이 추전 해주는 장소를 저녁에 찾아갔다.

Still Water는 미니애폴리스에 초기 정착민들이 이주해 형성된 첫 장소로 historic town이다. 강을 가로질러 맞은편의 위스콘신주와  이쪽의 미네소타주로 나뉘는데 미시시피 까지 연결된 강이란다. 드 넓은 땅에 강(젖줄)이 대륙의 북쪽에 위치하는 미네소타부터 남부 미시시피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운송수단인 바지선을 통해 생산된 곡물을 수로를 따라 손쉽게 운반할 수 있어 미국 전역에 빠르게 공급한다고 한다. 오는 도중 비행기에서 본 미네소타는 미시간과 마찬가지로 산이라고는 사방을 둘러 찾아볼 수 없고 끝없이 펼쳐진 땅이 지평선과 맞닿아 있다. 여기저기 강과 평야가 어우러져 이 땅에 사는 한 곡물이 없어 배고플 일은 없겠다 싶다.

강 위로 다리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새로 지은 다리가 멀리에서 보이고 다른 하나는 초기 정착민들이 세운 다리다. 강가를 따라 조성된 잔디밭에 시민들이 즐길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위스콘신과 갈리는 다리를 걸으며 동시에 두 주에 존재? 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강의 뷰가 보이는 레스토랑 루프탑에 올라 저녁을 먹고 그날 하루를 마감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고객이 함께하는 골프 레인지에 가서 화창한 날씨를 즐기게 되었다. 골프장을 둘러싼 고급스러운 집들과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는 팬데믹의 혼란과 고통은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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