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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Apr 10. 2021

작지만 큰 차이

내가 겪어 본 나라의 화장실 문화

우리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선진국과 저개발 국가의 차이는 단연 위생 문제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20년 전까지 살았던 한국, 현재 살고 있는 미국, 그리고 여행 다니며 느꼈던 다른 나라의 화장실 문화를 비교를 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저개발 국가를 비하할 의도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내가

한국

에 살 때만 해도 공중화장실에 가면 가장 난감한 것이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휴대용 휴지 (4각의 네모난 모양으로 주로 주유소에서 공짜로 주는)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그때만 해도 발로 물을 내리는 좌변기 화장실도 많았고 항상 화장실 문은 열쇠로 잠겨져 있어 급하게 이용하려면 가게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사야 했다. 그렇게 진땀 나는 화장실 사용이 미국에 오자 완전히 럭셔리로 변했다.


미국

의 샤핑 몰 어디나 공중 화장실에는 항상 휴지가 비치가 되어 있어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두가 양변기이고 문 아래 부분이 오픈되어 있어 사람이 들어 있으면 문의 아래쪽으로 발이 보이니까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두드릴 필요가 없었다.  


여행을 할 때는 15마일마다 휴게소가 있어서 볼일을 해결하면 되지만 휴게소를 지나쳐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냥 맥도널드에 들려서 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무엇인가를 사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보니 그렇게 안 해도 된단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독일

에 출장차 간 적이 있었다. 그때가 1998년도 인가 싶다. 출장 온 김에 근처의 아름다운 성을 보러 동료들과 관광버스에 올랐는데 독일의 벤츠인지 버스가 부웅~하면서 흔들림 없이 낮게 가라앉는 느낌에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버스는 명품인데 공중 화장실에 가려니 문 앞에서 돈을 받는 기계가 설치가 되어있어 동전을 넣어야 했다.

"뭐야, 선진국이 쩨쩨하게 화장실 이용에 돈을 받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화장지도 사야 해서

"한국보다 더하네"라고 생각했다.

키코커 해변

벨리즈

여행을 갈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멕시코나 중남미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한결같이 물을 조심하라고 했다. 목마르면 생수를 사 먹으면 되었고 대부분 당일 여행 코스라서 조식을 하고 떠나 저녁 시간에 맞추어 리조트에서 석식을 해결하였다. 로컬 푸드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배탈이 나면 여행을 망칠 것 같아서였다.


과테말라의 마얀 유적지, 티칼을 갈 때에는 저녁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택시 운전사가 국경을 넘어와 우리를 데리고 목적지 가까운 곳에서 만나 여행 가이드를 태우고 티칼에서 둘러본 다음 저녁을 권하는 식당에서 먹게 되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관광 코스에 지정되어 있는 장소이므로 위생 상태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여행도 다 짜준 스케줄에 의해서 관광객에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이미 한계가 주어진 경험이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로컬 삶을 보려면 안전선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태말라 국가 나무(좌) 마야 유적지(우)

다음 날, 키코커라는 아름다운 섬에 워터 택시를 타고 가서 스노클링을 하며 산호초와 바다 생물들을 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총천연색을 기대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색깔이 칙칙해서 많이 실망했다.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이미 따로 마련되어 많이들 다녀가니까 색이 칙칙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상어와 함께 수영~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캡틴이 상어에게 물고기 밥을 주고 한 10분 정도 지나자 배가 부른 상어가 돌아가기 시작할 무렵, 배에서 내리라고 한다. 잠시 한 1~2분 동안 상어와 같은 물에 있었다. 이미 여러 번 해본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지 제일 먼저 내렸다.

상어(좌) 워터 택시(우)

워터 택시를 타고 다시 도시로 돌아와 제일 깨끗해 보이는 , 사실은 화장실에 가려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현대식 건물의 레스토랑에서 들어갔다. 차가운 레모네이드와 샌드위치를 시키고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말 해준대로 따라갔는데 할머니가 화장실 길목의 의자에 앉아서 화장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정해진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게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에 미국이나 기타 유럽 국가에서 화장지 파동이 난 것 기억하나?
문명인의 가장 기초적이며 양보할 수 없는 럭셔리가 화장실 문화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집을 개조한 후, 나중에 집을 팔 때 값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 개조이다.

멋쟁이들이 멋을 낼 때도 전체적인 멋이 발끝(신발)에서 완성되고 화장도 속눈썹 마스카라, 손톱, 네일 아트에서 결정이 되듯이, 가장 소홀하기 쉬운 부분을 얼마나 정성 들여 가꾸어졌는지에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위상이 드러난다.
결국, 돌아다니면서 맘대로 집안처럼 편안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 작지만 큰 문화 혜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Global Poverty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인 중에서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집 밖에 나가서 숲이나 들판에 나가 볼일 보는 사람들 비율이 8.9%이며 농촌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보다 오염된 식수를 마실 확률이 7배가 높다. 시골 사람들의 45%는 손을 비누와 물로 씻으면 건강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사하라 이남에 사는 아프리카인 보다 수명이 18년 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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