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킹힐(Hocking Hills) 여행 후기
미시간의 여름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함을 갖추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아마 드물지 싶다. 가을로 접어들어 오랜만에 이미 몇 달 전 예약이 되어 있는 시누이가 사는 오하이오의 하킹힐 국립공원을 향했다. 시부모와 또 다른 시누이는 캠핑카에 캠핑을 하고 우리는 통나무집(캐빈)에서 머물 예정이다.
이번 여행처럼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적도 없었다. 미시간은 가을 날씨인데 목적지가 차로 4시간 반 남쪽으로 향하는데 여름 날씨(26도)를 예정하고 있어 여름옷, 플란넬 셔츠, 골프웨어를 챙겼다. 가랑비가 잠시 뿌렸지만 여름 날씨처럼 화창해서 가는 중간에 일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골프장으로 향했다. 이제는 여행할 때마다 주변의 골프장에 들려 골프를 치는 것을 일정에 넣는다.(골프에 진심입니다~)
애팔래치안 산맥의 지류로 나지막한 언덕(Hill)으로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태곳적(약 33억 년 전)에 대서양으로 덮여 있다가 애팔래치안 산맥이 솟을 때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참조). 그래서 바위가 마치 팬케익처럼 포개져 있고 아름다운 폭포와 동굴까지 25마일에 거쳐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산이 아니라 힐이기 때문에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마치 깊은 산골짝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광경들을 국립공원의 입구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가을은 왔으되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고 푹해서 미시간에서 조차 단풍을 구경하기가 어려워 더 남쪽에 위치한 하킹힐에서 단풍을 구경하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장미 호수( Rose Lake)를 트래킹 하면서 군데군데 조금씩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몇 컷 찍었다. 아직까지 최고의 단풍은 아주 오래전 대학생 때 보았던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산사와 울긋불긋 물든 병풍처럼 둘러싼 내장산의 단풍이다.
내가 플랫폼에 자급자족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아는 시누이가 집에서 전통 방식으로 애플 사이다를 만드는 지인을 안다면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관심이 있는 나는 마지막 날 집에 가는 길에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가는 길에 사과를 파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소개해 줘서 들렀는데 사과 종류도 다양하다.
미시간의 그로서리 마켓에는 다양한 사과가 있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품종은 당연히 '후지' 사과이며 그 외의 'Honey Crisp', 'Gala', 'Granny Smith'가 있어도 눈이 가지 않았다. 가게에 들르니 이름을 알 수 없는 처음 들어본 많은 종류의 사과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약속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오래 지체할 수가 없어 사진을 찍어 두었다.
기왕에 왔으니 한 봉지 고르려는데 그 많은 종류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기가 아주 크고 색깔이 빨갛고 하얀 점들이 알알이 박혀 있어 마치 마블링이 잘 된 고기 같이 최고의 제품 같아 보였다. 그것을 선택하자 주인장이 " 아주 달아요"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부리나케 애플 사이더 만드는 집으로 가보니 벌써 도우미들이 많이 와있었고 시누이도 일을 거들고 있다. 안주인이 93살이라고 전날 들었기에 인사를 나누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그 나이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사과를 고르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혈색도 좋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여서이다.
애플 사이더를 만드는 기계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기계라고 한다. 기계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쪽 통에서 사과를 으깨고 보내면 다른 한쪽에서 압축기를 통해 사과의 즙을 짜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애플 사이더를 통에 담아 보관하고 나머지 찌꺼기는 밭으로 가서 퇴비로 쓰인다. 압축기는 마치 볼트를 조이듯 한쪽 방향으로 틀어가면서 밑으로 내려 누르면 즙이 짜져 나온다.
갈길을 재촉해야 해서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하니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니 같이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한다. 러시아워에 걸리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니 갑자기 안주인이 " 우리 남편 한국전에 나가서 싸웠잖아"라고 말한다.
아~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고 시누이를 통해 내 얘기를 들었는가 보다. 진즉에 알았으면 더 얘기를 나누어 볼 것을... 어쨌든 모자 쓴 노신사가 주인장으로 다가가서 작별 인사를 하니 스프라도 먹고 가라고 한다.
끼니를 챙기고 먹고 가라고 하는 정서가 우리와 많이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차를 타면서 생각나는 것이
"70년 전 남한을 위해 싸워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집에 와서 감홍사과가 없어서 못 판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조나 골드(Jonagold)를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감홍 (노랗고 빨간)의 의미로 들렸고 찾아보니 사과의 귀족, 프리미엄 사과란다.
조나 골드는 1940년대에 뉴욕에서 조나단 품종과 골든 딜리셔스를 교배해서 만들었다고 하고 감홍 사과는 1994년에 문경에서 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사과를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모습에 집어 들었는데 최고의 사과라니!
한 입 베어 맛을 보니 단단한 육질에 껍질이 얇고 단맛이 주종을 이루고 약간의 신맛이 곁들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은 사과를 사서 애플 소스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고급 사과라는 것을 알게 되어 소스로 만들기에는 아까워 하나씩 꺼내어 음미하면서 맛을 본다.
애플 소스 만들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