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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Nov 05. 2020

초 현실의 에머럴드 호수, 콜로라도

이 시기에 여행을?

3월 중순부터 미시간 주는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사는 꼭 필요한 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이 금지되는 “Stay at home” 행정 명령을 발령했다. 그것이 해제된 것이 6월 중순이니까 3개월 동안 갇혀 지내야 했다. 특히 고 2에 재학 중이던 딸아이가 야외 활동이 금지되어 친구들과 만날 수 없어 많이 힘들어했다.  여름이 다가오자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마치 해방을 맞은 것처럼 자유로웠다.


스페인 독감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2차 파동이 더 심각하게 온다는 사실을 알고 뭔가 이 겨울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5월부터 부엌 개조를 시작한 터였다.  냉장고와 오븐이 배달되는 날짜에 맞추어 콜로라도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기에 더 안전할 수 있을것 같았다.


먼저 로키 산맥 국립공원에 예약을 해야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social distancing)로 시간당 200명에 한 해서 입장시키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미시간에서 시카고까지 6시간 걸려 운전을 하고 1박 한 다음 출발하기 위해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다. 정말 한적 했고 동양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하늘 길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Boulder라는 로키 산에서 약 50분 떨어진 곳에 머물기로 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을 찾아서 시닉 드라이브( Scenic drive), 운전하며 경치를 구경하는 코스를 택했다. 바위산 정상에 올라 크게 심호흡하면서 외부의 가시적 공간이 시야에서 확장이 되면 마음의 공간까지 차올라 숨 막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경치를 보았을 때 대부분 breathtaking 이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드디어 다음날 로키 산 산행은 여러 트레일 중에서 베어(Bear) 호수에서 시작했다. 다음은 드림(Dream) 호수 그리고 거의 정상에 위치한 에머럴드(Emerald) 호수가 있다. 같은 트레일에 위치해서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정말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가파른 산을 오르니 숨이 차기 시작했다. 계속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따가 갈 수가 없었다.  좁은 길에서 앞에 오는 사람과 가까이 마주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베어 호수
드림 호수

드디어 거의 한 시간을 걸려 올라 도착한 에머럴드 호수. 마치 내가 초현실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깊고 진한 보석 에머럴드 색의 호수 가운데 엉뚱하게 위치한 고목은 뭔가 말할 수 없는 신성함을 주었다. 산 정상에 위치해서인지 고요하면서 압도적인 경건함이 있어 주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라도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 고목 밑에서 한 동안 서서 신성함과 접속하기 위해 그루터기에 손을 대어 보았다. 미시간은 세계에서 제일 큰 5 대호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수 없이 많다. 미시간에서 그렇게 많은 호수를 보았어도 진정 이 호수는 달랐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면 이런 기분이 느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에머럴드 호수

다음날 여정은 아이들과 협의해야 했다. 사실 로키 산 국립공원을 이틀간의 일정으로 예약을 해 두었는데 뭔가를 둘러보는 것보다 뭔가를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라 하루는 커누를 타고 강을 따라가는 여행 그다음 날은 래프팅으로 정했다.


마지막 돌아오는 여정에 Pike’s Peak라는 14,000 피트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집어넣었다. 물론 운전으로 등정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코스인지 매표소에 다다르기 30분 전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매표소에부터 정상까지 1시간이 걸려 운전을 했으니 얼마나 크고 얼마나 높은 산인지 상상에 맡긴다. 내 평생 그렇게 스릴 넘치는 드라이브는 처음이었다.

정상에 올라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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