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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Nov 04. 2020

반려 동물은 그냥 동물이 아닌 이유

우리 페럿들에 대한 특별한 기록

애완동물을 키우길 반대했던 이유가 어렴풋한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이었다. 강아지 이름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기억인데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는 사라졌다고만 하셨다. 그때의 정들었던 기억과 보고 싶은 마음이 한데 뭉퉁그려져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라대도 애완견과 정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 뜻 허락하지 못했다.


어느 날 집에 와보니 딸아이가 자기 아빠와 공모를 해서 귀여운 페럿 한 마리를 자그마한 우리와 함께 집에 들여놓고 있었다. 조그만 상자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나보고 만져 보라고 하는데 기다란 몸통이 징그럽다 느낄 때 조그맣고 아주 연약해 보이는 귀여운 얼굴을 드러 냈다. 그때의 그 귀여움이란!! 이름을 조이(Joy)라고 붙였다.

하루에 먹는 때와 잠시 노는 때를 제외하고 거의 잠을 잤다. 실내화를 어찌나 끌어다 숨겨 놓는지 숨바꼭질을 해야 했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땀이 밴 모자, 냄새나는 양말, 스티로폼의 보호대였다. 부엌에 있는 서랍장에 들어가 닥닥 긁어 대고 아무리 잘해줘도 벗어나려 발버둥 치기에 1분 이상 안고 있질 못할 정도로 까칠했다. 침대 발밑에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발을 긁어 대면 귀여우면서도 무척 아파서 양말을 신고 자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컸는데 어느 겨울 지독한 독감이 돌던 해에 털이 좀 노랗게 변한다 싶어도 자연스러운 것이려니 했는데 마음의 준비도 할 새 없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내 기억에 1년 반 정도 같이 살았음)

아버님 돌아가신 뒤로 처음 겪는 상실이었다. 그때의 슬픔이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너무 사랑스러웠던 조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빨리 갔어야 했는지 검색을 해 보았다. 페렛에게 흔한 부신에 관한 질병이거나 아니면 상사병이라고 한다. 짝을 맺지 못해 오는 병이라는 말에 너무 가엾어서 눈물을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가 않아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한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부엌에서 일할 때마다 달그럭 거리던 소리와 발치에서 긁어 대던 기억들이 아프게 조이의 부재를 상기시켰다.


너무나 짧았던 조이와의 삶이 아쉬움과 죄책감으로 남아서 다른 페럿을 분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번엔 딸아이가 펫 샵에 가서 미리 보고 온 페럿을 입양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 출장 간 틈에 데려와 또 다른 페럿을 키우게 되었다. 조이를 잃은 슬픔이 치유가 되기 시작했다. 어찌나 먹성이 좋고 호기심이 많고 발발 거리고 돌아다니는지 이름을 스쿠터(Scooter)라고 지었다.

이름값을 하는지 두 번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다. 입양하고 얼마 안 돼서 길 건너편에 사는 할머니가 자기 앞마당에서 발견했다며 스쿠터를 케이지에 넣어 데리고 왔다. 두 번째는 훨씬 극적이었다. 한 여름에 아래층 거실 방충망에 구멍을 내서 탈출을 한 것이다. 아래로 다섯 번째 집에서 발견하여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장터에 내놓았는데 그것을 아들  친구가 보고 연락해 찾을 수 있었다.


건강하던 스쿠터가 점점 털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하루 이틀 사이에 거의 절반의 털이 빠져나갔다. 이번엔 재빨리 작은 동물만 케어하는 전문 병원으로 데려갔다. 부신에 관련된 질병으로 임플랜트를 하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수술을 한 후에 점점 털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일주일도 안돼서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이는 케이지를 싫어해서 한 번도 케이지에서 생활한 적이 없고 스쿠터도 마찬가지였다. 페럿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이 아직 남아 있어서 자유를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이는 파티 트레이닝(potty training)이 잘 돼서 카펫에서는  절대 실례를 하지 않고 좋아하는 코너에서 했는데 스쿠터는 전 주인한테서 훈련이 안되었는지 아무 데나 실례를 했다. 어찌나 자주 먹고 똥을 싸 대는지 푸피 헤드(poopy head) 라 별명을 지어 주었을 정도다.  


스쿠터가 우리와 같이 산지가 5년 나이로는 8살인데 얼마 전부터 눈에 이상이 생기고 행동이 많이 느려져 우리 스쿠터도 늙는구나 생각했다. 2주 전부터 증세가 심해 병원에 데려가니 임파선 암이라고 한다. 수술을 권하길래 수술은 말고 혹시 모를 통증을 염려해 간단한 눈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딸아이와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스쿠터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던 딸아이가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았는지 꼭 껴안고 슬피 울었다. 그리고 며칠 후 스쿠터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는 이 번에는  울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실은 언제나 쉬운 적이 없다.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은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다. 그들의 순수한 영혼에 깊이 매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애완동물이라 하지 않고 반려 동물이라 부른다.


스쿠터야 조이에게 안부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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