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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Jul 02. 2022

건강과 행복 총량의 법칙

일생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함께할 친구가 있으면 배가 된다.


며칠 전 급하게 남편의 친구에게서 그룹 문자가 왔다. 캐딜락에 3박 4일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애들이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방이 남는데 부부 동반으로 같이 갈 수 있느냐고.

코로나로 인해 한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라 안부가 궁금하고 지난해 여름부터 워낙 골프에 빠져있던 터라 혹시나 같이 골프를 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부랴부랴 남편 스케줄을 정리하고 길을 나섰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두 명의 낯선 이방인과 장작불에 둘러싸여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다. 호숫가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 하여 이름이 일몰 리조트인데 호수에 떨어지는 일몰은 푸른색 보라색 그리고 핑크색으로 물들어 갔다. 예전에 미시간 호수에서 본 핑크빛 일몰이 아름다웠는데 여기서도 볼 수 있어 신기한데 이 핑크빛은 어떻게 나오나 궁금했다.

아무튼,

일몰을 구경하고 좀 쌀쌀함을 느끼던 차 모닥불을 지나칠 수 없어 의자 몇 개가 비워져 있길래 앉아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을 한다.

여행의 별미 중 하나는 낯선 이방인과 허물없이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중이라 다시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속을 터 놓는데 이것이 미국적이라 가능한지 여행이라 가능한지 잠시 헷갈렸다.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가감 없이 내 비칠 때 오는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연대감에 숭고함마저 느껴졌다. 히든 어젠다 없이 나누는 이야기는 이방인이기에 밀도나 깊이가 있고 공감되는 이야기에서는 깊이 빨려 들어갔다. 남편은 일찍이 숙소로 돌아갔고 남편 친구도 한참을 얘기하다 돌아갔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모기 때문에) 나와  친구는 모기에 뜯겨 가면서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젊은 두 남자 중 이야기를 이끌어 간 남자는 자기를 26살이라고 했고 연신 술을 마시고 중간중간에 담배를 피웠다. 손에는 장신구(시계 팔찌)등으로 휘감겨 있다. 아버지가 성형외과 의사이며 부모의 도움으로 시작한 3년 동안 일궈온 마리화나 사업을 접을 생각이며 집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한채 미시간에 한 채가 있고 여행은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러 나라 각지를 헤아렸다.


무엇보다 스킨케어 제품을 무지무지 좋아한다면요즘 핫하다는  번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를 언급하는데 이마의 주름 때문에 보톡스를 했다고 한다. 럭셔리한 쇼핑, , , 스킨케어, 여행의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기 엄마 이야기를 했다. 차라리 암에 걸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 자식이 누구인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몹쓸 병이라며 치를 떤다.  속에서 아버지, 누나, 엄마의 형제들이 도움되지 못하는 기대와 실망, 자신조차도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에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비애와 좌절감이  느껴졌다.


그 젊은 나이에 그렇게 성공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 사치스러우리 만치 돈을 물쓰듯하는 그의 이야기는 술을 연신 들이대고 담배를 피워대는 무절제한 모습에서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이야기에 섬세한 디테일이 동반되거나 친구가 알리바이를 확인해주는 듯한 추임새를 넣어줄 때는 사실처럼 느껴졌다. 그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왜? 사업 관계자들도 아니고 여행에서 만나 내일이면 헤어져 다시 얼굴 마주칠 일이 없을 텐데...

다소의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전부 꾸며낸 얘기 같지는 않았고 치매 걸린 엄마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지을 때는 진심 엄마를 잃어 기댈 곳이 없어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어린 청년의 소심하면서도 처연한 슬픔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래 그 청년이 사업으로 성공해서 돈을 물쓰듯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는 술과 담배로 이미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있고 건강을 잃은 엄마를 돈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이구나." 돈이 행복의 전부라면 이 청년은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은

"그렇지 이 청년도 실존의 무게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은 적 아니면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일생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일찍 많이 소비를 하면 그만큼 일찍 건강을 잃어버릴 수가 있고 조금씩 천천히 먹으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진심 그 청년이 그가 차지한 부가 너무 빨리 찾아와 일생동안 가꾸고 간직하는데 방해가 되어 그의 인생을 탕진하지 않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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