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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Aug 14. 2022

싼 게 비지떡이 아니던데

알디(Aldi)와 달러 트리(Dollar Tree)의 재발견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오미크론이 득세하기 바로 전, 마스크를 벗은 것이 작년 가을이다. 마침내 요가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그전에 다니던 곳은 이미 오래전 장사를 접었고 다른 장소에 새로 생긴 곳인데 바로 그 옆에 달러 트리 가게가 있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았어도 생일 카드를 사기 위한 것 말고 물건을 사기 위해 들른 것이 몇 번이 되지 않는다. 자주 다니는 동선에 가게가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머릿속에 세뇌된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관념 때문이다.


Aldi의 재발견

미국에 처음 와서 생활할 때 아는 지인이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 있다고 하며 나를 데리고 갔다. 차로 20분이 넘게 걸리는 길도 설고 생소한 곳에 직접 카트에 동전을 넣고 장을 보는 곳이다.  내가 주로 가는 가게와는 정말 인테리어나 물건의 포장에서 싼티가 줄줄 났다. 몇 가지를 산 것 중에 클린 랩이 있었다. 몇 번 쓰지도 않았는데 상자가 뜯어져 톱니에 랩을 끊을 때마다 든든하게 받쳐주지를 않아서 애를 먹었고 색감과 디자인은 볼 때마다 거슬렸다. 랩을 쓸 일이 없었는지 이것을 다 쓰는데 거의 일 년이 넘게 걸리고 언제 다 써서 버리나 학수고대를 하였다. 그때의 아픈? 기억 때문에 다시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

몇 년 전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오픈할 때까지...


새로 오픈한 곳을 가보니 이곳이 내가 알던 알디?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놀랄 만큼 변신해있었다. 탁 트인 공간에 밝고 모던한 느낌, 길을 잃을 정도의 크기가 아닌 이웃집 가게처럼 정겹다. 물건의 포장이 그저 무명의 브랜드 일뿐 여타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멋지다.   무엇보다 콘셉트가 친환경을 표방하기에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가 만든 제품이니 믿고 구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여기에서만 살 수 있는 야채들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채가 다른 가게보다 맛이 더 좋았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회사가 있을까 주식이 있으면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독일계 형제가 만든 회사로 회사 상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감동~


야채를 제외하고 향신료 (Garlic salt)는 마늘과 소금에 약간의 파슬리가 가미되어 있는데 자주 애용하는 품목이다. 들은 얘기로 똑같은 내용물의 향신료가 고급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붙이면 비싸게 팔리고 Aldi의 브랜드로 싸게 팔린다는 것이다.



달러 트리(Dollar Tree)의 재발견

코로나로 거의 2년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운동을 시작하자 봇물 터지듯 열심히 다녔다. 운동이 끝나고 가게에 들르니 이전에 내가 알던 곳이 아닌 것 같이 뭔가 달랐다. 그전에 내가 갔던 곳은 달러 스토어로 싼 물건들을 파는 가게였다면 여기는 프랜차이즈로 나름 물건에 디자인이 들어가 있었다.

물건이 싸다고 사지 않는 성격에다 집에 들이면 잡동사니로 변하기 때문에 항상 물건을 들이는 것을 주저하는 편이다.


스튜디오가 더워서 운동하는 중간에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집에 많은 물병(텀블러)이 있는데 빨대가 있는 보온형인데 족히 $10는 넘게 주고 산 것 들이다. 빨대로 된 것을 사용하니 차가운 얼음물이 유지돼서 시원해서 좋은데 집에서 이동할 때 가방에서 새거나 손에 들자니 가방, 요가 매트, 물병 등등 거추장스러워 가방 안에 들어갈 물병을 찾고 있었다.


달러 스토어에 가서 물병을 보니 뚜껑을 반쯤 열어 마시고 닫아 물이 흐르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인데 BPA라고 쓰여 있다. 가격은 $1.25이다. 인플레이션으로 0.25 센트가 올랐다. 사용을 해보고 놀랐다. 물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데다가 보온 장치가 전혀 없는데도 일반 생수 병과 차원이 달리 미적지근하지 않았다. 게다가 양도 더 많이 들어가고 심플하고 투명한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불편할지 뻔히 알면서도 기능이 추가되면 번잡한 디자인의 텀블러에 비싼 값을 치러도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이렇게 편한 단순한 기능에 약간 감동이 왔다. 싸다고 해서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가격에 맞추려는 최소의 기능에 디자인을 더하려는 나름의 고심이 있었다는 자각과 함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스킨케어 시럼(serum)을 사용해 본 후 이것이 진심 이 가격에 팔릴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피부에 트러블이 잘 생기는 편이라 고가의 화장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전에 사용해서 좋았던 적도 있었으나 고가의 화장품을 수시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눈을 감고 있었는데 고가의 시럼을 사용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찾아보니 달러 트리를 찾는 고객의 70%가 중류층 이상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고급스러운 백화점에서 팔리는 시럼은 멋진 포장과 디자인과 브랜드의 이름값으로 비싸게 팔리고 서민들을 위해서는 같은 내용물인데 단순한 용기와 디자인으로 값싸게 팔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수가 적고 고가를 지불하는 것이 문제가 안되니까 그에 맞게 가격 책정이 되고 서민들은 수가 많으니까 아무리 싸게 팔아도 팔려나가는 숫자를 계산해 보면 그 나름의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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