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분단의 현실)을 강점(글로벌 콘텐츠)으로 승화
한국에 살 때 영화관에서 본 마지막 영화는 아마 강수연 주연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였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직접 영화관에서 본 두 영화가 <헌트>와 <공조 2> 였는데 이 둘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아는 배우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빠듯한 스케줄로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번에는 두 편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시간 여유가 있기도 했지만 엄마 집에서 가까운 새로 생긴 아웃렛 몰에 있는 영화관 (Mega Box)은 쾌적할 뿐 아니라 티켓팅을 포함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어 편리했다. 한국 영화의 위상만큼 시설이나 내용 모든 면에서 영화의 종주국 미국에 버금가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화 강국임이 느껴졌다.
배경은 80년대 군부 독재시대. 최류가스가 온통 뒤덮인 거리의 과거 내가 대학생일 때의 익숙한 풍경에서 시작된다.
국가 안전 기획부 1팀 차장 해외파트,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파트,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직 내에 숨어 있는 스파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박진감 있는 액션을 통해 전개되는데 할리우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총격 액션이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설픔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정재는 1당 독재의 하수인으로 대한민국 1호를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잠입을 하였고 정우성은 군부 독재를 혐오하는 정의감에 넘쳐 1호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음에도 스파이보다도 더한 집요함으로 1호를 제거하려 한다.
이정재가 암살 후 전개될 파국으로 치달을 전쟁을 막기 위해 1호를 보호하려 마음을 바꾸는데, 한국의 안기부 팀장은 민주화의 염원으로 군부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1호를 제거하려 안간힘을 쓴다.(역할의 뒤바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물고 물리며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는 과정이 한 가지 앵글로 북한을 보는 편협함에서 벗어니 다양한 앵글로 어쩔 수 없이 포용할 대상임을 일깨운다.
그리고 '누가 더 휴머니즘적인지 묻는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이정재인가 아니면 경직된 사고로 암살만이 독재를 종식시킬 것이란 일념으로 끈질기게 안간힘을 쓰는 정우성인가?
공조 2는 남한 형사(유해진), 북한 형사(현빈), 미국 FBI(다니얼 헤니)등 3개국 형사들이 공조하여 남한에 잠입한 북한의 글로벌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코믹 액션 영화이다.
현빈은 엘리트 북한 형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액션을 담당하는 영화 전반의 하드코어이고 대니얼 헤니는 미국의 정보력에 기반해 활약하는 소프트 파워라면, 유해진은 자신을 희화할 줄 아는 성숙한 조정자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트라우마(분단의 상처)를 극복한 주인공 자리를 내준 설정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느껴진다면 너무 오버한 것일까? 영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고 박장대소를 하여 관람객에 실례를 할 정도로 재미있는 라인 중에 하나,
"키보드로 때려서 사이버 범죄면 돈으로 때리면 금융범죄냐? 계산기로 때리면 디지털 범죄고?"
군부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담담히 그려냈다는 것은 상처를 이미 극복했다는 의미이고, 아킬레스건(북한)을 영화의 긍정적인 콘테츠로 사용한다는 것은 약점인 분단의 현실을 강점인 글로벌 콘텐츠로 승화시킨 것이라는 생각에 감동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