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영화: 플래시 댄스(Flash Dance)
80년대 영화 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중에 하나가 '플래시 댄스'이다. 댄스, 음악, 러브 스토리가 하나의 영화 속에 다 들어 있다. 그때 당시 내가 알렉스 역의 주인공과 같은 나이 또래 여서 감정 이입이 쉬웠다. 다른 러브 스토리보다 흡입력이 강했던 이유는 알렉스의 직업과 꿈이었다. 남자들과 나란히 낮에는 철강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고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춘다. 씩씩하게 일하는 모습과 꿈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보스와 사귀게 되고 그의 은밀한 서포트를 받아 발레 오디션을 보게 된다. 원래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그녀는 정식 발레 수업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춤을 추었던 것이다. 오디션 보러 갈 때 자기보다 어린 예비 발레리나를 보는 알렉스의 표정, 꿈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음을 암시한다. 오디션에서 발레와는 상관없는 복장으로 천으로 감은 토슈즈와 워머(80년대 유행 아이템)를 바쳐 신고 춤을 춘다. 합격 통지서를 받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스토리 라인이 너무 cheesy 하고 현실성이 없다', '보스에 일과 사랑과 꿈까지도 저당 잡혔다', '한 영화에 너무 많은 메시지, 장르를 집어넣었다'는등 비평가들에게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렇치만 영화 팬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타이틀 곡, ' What a feeling’이 2주 만에 몇 백만 장이 팔려 나가고 그 영화에 들어 있는 곡들이 거의 히트를 치며, 알렉스가 입은 어깨가 드러나는 루스 한 웃옷이 엄청 인기를 끌었다.
알렉스가 일하는 곳도 특이했지만 사는 곳도 아주 특이했다. 웨어 하우스, 창고로 일반 주택이 아니었다. 바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가능한, 철강 산업이 붐을 이루었던 '피츠버그'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바닥, 철근 구조물, 철로 만들어진 벽난로, 전등갓, 벽돌 벽등 모든 것이 산업 자재물이고 창문에는 격자 무니가 들어가 프라이버시를 약간 보호할 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남성미 넘치는 주거 공간이 알렉스의 여성스러움과 대비되어 알렉스를 더욱 섹시하게 만들어 준다. 레트로의 열풍이 인테리어에 이어져 요즘 핫하다는 어번 (urban) 스타일에는 강철이나 금속이 빠지지 않고 쓰이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영화의 해피 엔딩이 현실에서도 이어졌을까? 대답은 'No'이다. 왜냐면, 피츠버그의 철강 산업이 70년대부터 점차 기울어 영화가 만들어지던 1983년에는 '탈 산업화'로 도시를 떠나 아시아나 멕시코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능은 이를 뒷 바침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 그 보스는 실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들 스틸러들의 좌절감이 파퓰리스트, 트럼프의 지지를 받아 일어난 현상을 트럼피즘이라 부른다. 그 영화를 보았을 당시 낭만 뒤에 숨겨진 현실이 오늘에 이어져 어지러운 혼란으로 계속되는 것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