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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Jan 10. 2021

미시간에 살면 목마를 일 없다?

기후 변화와 북극 한파(Polar Vortex)

5 대호 중에서 레이크 수페리어가 최고

미시간은 5 대호로 둘러싸여 있다. 맨 처음 미시간에 왔을 때 남편이 미시간에 사는 한 목마를 일은 없을 거라며 전 세계의 1/4 (21%) 담수호를 차지한다고 자랑을 하였다. 지난해 2월에 벨리즈에 갔을 때 마야 유적지를 둘러보며 정글의 숲과 물이 얼마나 인간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홈 프로젝트를 끝내고 보상으로 남편과 나 둘이서 애들은 집에 남겨 둔 채  지난해 6월 UP(Upper Peninsular)에 놀러 갔다. 미시간에서 살았지만 UP까지 올라가기는 처음으로 차로 8시간 정도 걸리고 중간에서 일박했다. 레이크 수페리어의 "Pictured Rock"(아래 사진)을 보면서 미시간에 사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목마를 일은 없을 것 같은 대양처럼 크고, 깨끗하고, 차갑고 깊은 호수는 표면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며 담수량은 세계에서 세 번째라고 한다. 온타리오, 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간 UP을 아우르는 호수이며 5 대호 중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Lake Michigan (좌, 중)  Lake Huron(우)
Lake Superior, Pictured Rock(가운데, 왼쪽)


건조했던  캘리포니아

2017 봄 방학으로 샌디에이고에 간 적이 있다. 보통 spring break는 3월 말에 시작해서 4월 초 까지 10일 정도 한다. 미시간에서는 추운 겨울을 견딘 보상으로 봄 방학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대부분 휴가를 간다. 서부는 가본 적이 없어 동행한 친구 가족의 딸이 샌디에이고에 가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장소를 정했다. LA에서 1박을 각자 하고 샌디에이고에서는 4박을 에어 비엔비로 구한 숙소에서 친구 가족과 함께 보냈다. 날씨는 쾌청하고 구름 낀 흐린 날이 없어 할리우드 싸인을 보러 하이킹할 때는 땀이 났다. 샌디에이고에 와서도 태평양이 바라 보이는 미션 포인트 보드워크, USS Midway 항공모함 박물관등 볼거리가 많았다.  쾌청한 날씨가 일 년 내내 계속된다니 사람 살기 너무도 좋아 사람들이 몰려드는구나 싶었다.


나같이 먼지에 민감한 사람이 느끼기에 쾌적한 날씨는 맞는데 뭔가 공기에 작은 먼지(미세먼지가 아니라 흙먼지)가 끼어 있는 듯한 드라이함이 있었다. 휴가가 끝날 무렵에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디트로이트 공항에 내리는 순간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습도였다. 미시간의 겨울 철 내리는 눈이나 봄이나 여름에 내리는 비는 주로 밤에 시원하게 내려 화단의 꽃이나, 잔디, 나무를 싱싱하고 울창하게 만든다. 비가 개인 후에 먼지가 깨끗이 씻겨나간 그 상쾌함이 없는 것이 캘리포니아에서 내가 느낀 부족한 무엇이었다.



아래 그림은 100년 동안의 기후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왼쪽과 중간)인데 가운데 짙은 색이 온도 변화가 가장 컸던 지역으로 약 2.0도가 올랐다. 미시간도 그중에 하나여서 해마다 갈수록 강설량이 줄어든다. 처음에 미시간에 왔을 때는 눈이 하도 많이 와서 멋 모르고 자가용을 몰다 눈에 빠져 고생을 해서 4륜 구동 SUV로 바꿨다. 최근 몇 년 동안은 그전에 비해 눈이 많이 오지 않았고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마지막 녹색의 표는 비정상적 강수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서부 캘리포니아 쪽은 아예 녹색이 없다. 그렇게 건조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불이 산발적으로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지난해 산불은 어마어마했다. 캘리포니아를 거쳐 콜로라도까지 번졌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면적이 불에 탔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불에 타는 도시 사진을 올리며 마치 핵전쟁을 맞은 도시 같다고 표현을 했다.

100년간의 기후 변화 (좌, 중) 강수량의 변화 (우)


폴라 보텍스(북극 소용돌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눈이 오지 않아서 " 눈이 없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라고 부제를 붙인 것이 2014년이었다.(페북 사진을 찾아보고 확인) 그 해 겨울 폴라 보텍스가 찾아와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에 대기 밖으로 얼굴을 내놓으면 동상이 걸리니까 표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꼭꼭 싸매야 했다. 딸애가 한 겨울에도 멋 내느라 맨 발에 단화를 신거나 하는 일도 있었으나 보텍스에서 그러는 것은 일 순간의 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도 시동 거는데 한 참을 걸리고 부동액이 장착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항상 full tank로 비상시를 대비해야 한다. 눈이나 도로의 결빙으로 도로에 지체되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차 안에 담요나 덮을 것 등 만반의 주의를 해야 하고 가능하면 바깥출입을 금해야 한다. 눈에 갇혀 바깥출입이 제한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2주간의 비상식량을 준비해 두면 좋다. 영화 <투모로>와 같은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메인 도로는 염화칼슘을 자주 뿌려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으나 염화칼슘을 자주 뿌리지 못하는 서브에는 눈이나 얼음이 녹을 새가 없이 다시 결빙되어 도로가 한 달간 빙판길이었던 기억이 난다.


폴라 보텍스는 대류층의 찬 공기가 소용돌이처럼 돌며 북극 지방에 추운 공기를 형성한다. 글로벌 워밍으로 따뜻한 기운이 이 층에 영향을 주어 흐름이 약해지고 불안해져 추운 공기가 남쪽(아시아, 유럽, 북미 대륙)으로 흘러내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글로벌 워밍으로 겪는 이상 기후 현상은 우리의 눈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며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는다. 좀 과장해서 미시간 5 대호의 물이 마르지 않으리가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폴라 보텍스가 다음 주 찾아올 거라는 예보를 들었다. 아시아를 거쳐 이쪽으로 넘어오는가 보다.
tㅣ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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