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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Feb 03. 2021

Thank you에 대한 답례의 말이  다양한 이유

감사할 이유를 세분화하여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대학교 때 영어학 시간은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서상옥 교수님 수업시간이었다. 수업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 에피소드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기억이 흐릿한데(아마 한국) 조교가 의자를 가져다 앉을자리를 마련해 주자 외국인 교수가" Thank you" 했는데 그 조교가 아무 말 않자 그 교수님이 앉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못 들었나 해서 다시 한번 "Thank you"를 하더란다. 그래도 조교가 암말 않고 있어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는 약간은 과장된 얘기였다. 조교는 "You are welcome"을 하지 않아서 그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영어의 땡큐에는 답례 말이 있고 한국말로 "천만에요"라는 말은 있으나 한국 언어 습관 상 그냥 미소만 짓거나 아니면 "뭘,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심전심'이란 말처럼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것이 우리 들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처음에 와서 식품가게에 장 보러 가서 값을 치르면 "Thank you for shopping with us", Have a good one"(우리 가게에서 물건 사줘서 고마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건넨다. 그러면 나는 당연히 "You are welcome"이라고 말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이"Thank you" 아니면 "Thank you, too"라고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의아해했다. '손님은 왕' 아니면 '고객은 왕'이라고 세뇌되어 왔던 나는 내가 돈을 주는데 왜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어법이 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많은 채소, 과일, 식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멀리 농장이나 과수원까지 가지 않아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You are welcome"을 쓰는가 하면 예를 들어 생일 파티에 아이들 친구들을 초대하면 엄마나 아빠가 드롭하면서 "Thank you for having Laura(자기 딸, 이름)"라고 한다. 자기 딸, 로라를 초대해 줘서 고맙다는 말이다. 파티가 끝나고 픽업할 때면 "Thank you for having me"라고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로라가 직접 말한다. 그럴 때 "You are welcome"이라고 한다. "너의 전 존재를 우리 집안에서 환영한다"라는 좀 특별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말이다.


가족 모임을 갖었을 때 무엇인가 작은 도움을 조카가 내게 베풀어 주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No problem"(문제가 안돼요)이라고 한다. 병뚜껑을 따준다던가, 소금과 후추를 건네준다던가, 땅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주워서 준다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행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면 하게 되는 답례 언어이다.


어떤 때는 "Don't mention it"이라고 하는데 한국말의 "에이, 뭘 그걸 가지고"에 해당하는 말로 전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었을 때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힘겹게 지고 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준다던가, 아니면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갓길에 주차했는데 도움을 준다던가 하는 상황에서 과분한 호의를 베풀어 주고 하는 약간은 격식이 있는 답례의 말이다.


"My pleasure"(영광입니다)는 주로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아주 신사적인 행동을 했을 때 감사에 대한 답례의 말이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여자의 겉옷을 받아 걸어 준다던가, 의자를 빼주어 앉기 편하게 한다 던가 하는 상황인데, 주로 여자나 남자가 드레스 업(차려입었을 때) 하는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답례의 말은, " Anything for you, my love"(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내 사랑)인데 오직 남편으로부터 듣는 말이다. 좀 오글거리긴 한데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이렇게 감사에 대한 답례의 표현을 상황에 따라 세분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감사할 상황이 많다는 것이고, 에티켓(예절)을 만들어 세상에 감사를 전하므로 서로를 가깝게 연결해 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색깔에 관심이 있는 화가는 색의 이름에 관심이 있을 것이고 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 에게는 향의 이름이 익숙하듯이 말이다. 예절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작은 행위이다. 우리의 현실이 각박하다고 하여 각박한 말씨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



“불행한 일이 있을 때 그 보다 더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음을 감사하라”는 미국 속담이 있는데 정말 감사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불행이 닥쳐오면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 ‘나 죽었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불행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구가 이 말을 자주 썼다. “It could’ve been worse , you know!” 너도 알다시피,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었어(그렇치만 그렇지 않았어: 가정법 과거완료)의 뜻이다. 감사함으로 긍정 마인드를 극대화하여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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