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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Apr 17. 2021

습격: 매미 떼가 온다! 17년 만에

Brood X

어렸을 적 큰집이 있는 시골로 여름 철에 놀러 가면 매미 떼가 '왱왱'거리며 울고 시원한 원두막에서 참외나 수박을 잘라먹었다. 매미의 합창이 자장가가 되어 일손을 놓고 낮잠을 주무시던 큰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큰 아버님은 우리 아버님이나 마찬 가지셨다. 큰 아버님은 7남매의 장남으로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K-장남으로서 가장의 책임을 지게 되셨다. 갓 시집온 엄마는 대전으로 이사를 나오시기 전  큰집과 같은 동네에서 사셨는데, 큰아버지가 어렵고 존경스러워서 그 앞을 지나다니지도 못했다고 하셨다.


2차 세계 대전,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셨던 기골이 장대하고 인물이 좋으셨는데 군대식으로 동생들을 훈육해서 다들 무서워 꼼짝도 못 했다고 하셨다. 우리 아버지께서 큰아버지를 지칭하는 말을 '언니'라고 할 때마다 '형'이라는 말보다 훨씬 정겹고 큰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묻어났다.  

큰 아버지께서 늘그막에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는 자신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을 소책자로 펴내어서 조카들이 다 볼 수 있었다.

기억나는 부분은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도움이 될까 하여 좋다는 약초를 구하러 다니던 효심 많은 아들(큰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7살까지 내가 살았던 공주, 시골에서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를 간 이후에도 여름 방학만 되면 사촌언니들이 많은 큰집으로 돌아가서 여름 내내 같이 지냈었다. 사촌언니들이 결혼하면서 하나 둘 집을 떠나고 막내 언니까지 일을 찾아 언니들이 살고 있는 도시, 안양으로 떠나면서 더 이상은 큰집에 가지 않았다.


시골에서 살았던 유년기의 기억이 이리도 내 삶을 풍부하게 해 주리라곤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해마다 아버지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큰아버지를 뵙는 것만 해도 마치 아버님을 뵙는 것처럼 고향의 포근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뵙고 다음 해 돌아가셨는데 그것이 4년 전이다. 3년 전 엄마 팔순이라 한국에 갔을 때가 2018년, 가장 더웠던 때라서 성묘갈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그렇게 흔한 매미가 미시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 매미가 울지 않기 때문에 시끄럽지 않고 후덥지근하지 않기 때문에 쾌적한 여름이 좋긴 한데 고향의 여름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고향의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매미가 올해 2021년 17년 만에 부화가 되어 떼거지로 몰려온다고 과장을 좀 보태서 난리가 났다.

몇 억 개가 아니라 몇 조개의 매미들이 17년 만에 부화하여 동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나 볼 수 있던 매미의 합창을 가능하면 미시건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란 뉴스다


'Brood X'라 명명한 것이 올 해 미시건 남동부 지방에 나타날 예정이라고 한다.


나무 밑 둥이에서 작은 매미 애벌레들이 땅을 뚫고 나와 나무가지에 안착하여 수놈 매미가 암놈을 유혹하느라 종일 그리 울어대는 것이다. 죽은 나뭇가지 끝에서 사랑을 나누고 암놈이 가지의 갈라진 틈에  알을 낳은 뒤에 죽는다. 4~6주 후에 알이 부화하여 땅에 떨어져 묻혔다 나무 뿌리의 양분을 먹고 자라다 다시 17년이 되면 땅을 뚫고 나와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데 다음 번은 2038년 이란다.


자연의 경이로움~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하니 신의 조화 속이라 해야 하나!


이 번 여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한국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백신 접종 카드가 있어도 한국에 들어가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한국의 집단 면역이 언제 이루어 질지 몰라 다들 문 닫고 조심하니 엄마는 오지 말라고 하신다.


올여름에는 차선으로 뒤뜰의 나무에 해먹(hammock)을 걸어 놓고 매미 합창을 들으며 부실하나 고향의 맛을 느껴봐야겠다. 매미의 합창, 생각만 해도 즐겁다~


커버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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