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무례한 말일까?
'수고하세요'라고 건네는 작별인사는 일반에서 널리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런 인사말을 불편하게 여겨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 주된 내용은 '수고하세요'는 '고생하세요'라는 뜻이니 상대방에게 무례한 표현이고 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인사말에 '수고/고생'을 쓰는 것이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쓰지 않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표현이 충분한 경의를 담고 있는 표현이고 써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수고하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를 만났을 때 종종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났는데 왜 대뜸 상대방에게 '수고한다'라고 할까요?
생각해 보면 이 인사말은 보통 길에서 상대를 마주치거나 상대가 쉬고 있는 경우에 쓰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일을 하고 있거나, 상대방의 직장을 찾아갔을 때 하는 인사입니다.
즉 여기서 '수고하다'는 단순히 '고생한다'는 뜻이 아니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하는 건, '생업에 열중하고 계신데 제가 잠깐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하는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뒷부분이 축약되어서 그렇지 속뜻은 영어로 'Excuse me'와 같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헤어질 때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서 '수고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것 역시 보통 만남을 끝내고 상대가 생업으로 (혹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에 주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게에서 나오거나, 대중교통에서 내릴 때에 주로 쓰는 표현인 것이죠.
그렇다면 '수고하세요.'라는 인사가 가지는 뉘앙스는 다음과 같이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잠깐 폐를 끼쳤습니다. 이제 가볼 테니 다시 볼 일 보시지요.'
이 정도면 투박하나마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은 인사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격식 있는 인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말과 비슷한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상대방의 일상생활을 언급하다니, 다소 오지랖을 부리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이긴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름 정스럽고 배려도 들어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써도 괜찮지 않나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