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vi Apr 04. 2020

코로나19로 보는 민주주의

방구석에서 쓰는 코로나 시리즈. 두번째


본인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적이 있다. 또한  겨울, 학업을 이유로 다시 영국에  계획에 있다. 그렇기에 영국 유학생들이 모인 정보공유방에 들어가 있는데, 귀국을 할지 말지가 주된 이야깃거리였던  방에(당시 영국의 확진자는 한국에 비해 훨씬 낮았다) 어느날 링크하나가 올라왔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대응정책 기사였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갈지에 따라  유학 여부가 결정되었기에, 기사를 정독했다.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인간 뭐라는 거지?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살인마 조커에 비유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발표한 정책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인구 60%를 감염시켜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얻겠다는 계획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나의 친구조차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인구의 60프로 라니? 보리스 존슨은 '많은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커 뺨치는 협박을 시작으로 '증상이 가벼우면 집에 머물라'라는 무책임한 말로 화룡정점을 찍었다.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그가 말하는 집단면역이 우리가 아는 그 집단면역이 맞느냐는 논쟁부터, 가짜 뉴스일 것이라는 현실 부정, 팩트를 위해 의학논문을 캡처해 올리기까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몇몇 유학생들을 저 발표 이후 본격적인 탈영국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나는 영국에 있는 친구들과 호스트 가족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들의 연령대는 모두 달랐지만 문자내용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영국이 그렇지 뭐. 음식을 비축해놓고 되도록 집에서 나가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나아지겠지.' 더 환장할 답장은 (나름 고등교육까지 받았다는) 남사친이 답변 대신 보낸 이미지였다.



 Keep Calm and Be British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보낸 것일까,  비꼰 것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분노하고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 태도에 혀를 차야할지, 정부를 믿고 수긍하는 침착한 태도에 박수를 쳐야 할지. 단톡방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저런 발표를 하는 순간, 국민들이 청와대에 쳐들어갔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데 말이다. (물론 지금은 해당 정책을 철회하였고, 보리스 존슨은 그 60%의 일부가 되어 자가격리 중이다.)



투명하게 한다

국가는 국민의 알 권리에 따라 국가안보에 해가 가지 않는 선에게 정보공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확진자가 각각 17만과 10만을 가뿐히 넘기면서(4월 1일 자 기준) 중국 정부의 데이터 축소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 나 역시 중국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는 믿지 않는다. 코로나로 사망한 이들을 위해 이틀간 운반한 유골함만 해도 5천 개 넘는단다. (공식 발표상 사망자 수치는 3천여 명 정도이다.)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 있어 특출난 것 중 하나가 정보의 투명성이다. 초기부터 확진자 수를 숨기지 않고 국민에게 공개했다. 이는 일본과, 몇몇 서방국가의 정책과 차이가 있었다. 이들 국가는 수치 공개를 안 한다기보다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을 은폐했다. 이러한 정보가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올드보이의 명대사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겁해 지는 거야.


개인적으론 비겁보단 겁쟁이가 되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지라는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불안한 상상을 하는 것이다. 결코 지나치게 많이 알기에, 불안한 상상을 하지 않는다.



자유와 방종, 사생활과 생존권


딱 하나 외신들이 갸우뚱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확진자의 동선 공개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며, 자국민들은 그러한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고개를 젓는다.


한국도 초기에 동선 공개에 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 네티즌들은 한 남성 확진자의 동선에 모텔이 있다며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했다. 또한 그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기피하면서 발생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손실 문제도 있었다. 지금은 정보공개 원칙을 수정하고 거주지를 동이나 아파트 단위, 방문지는 사업장의 범주만 명시할 뿐 특정가게 이름은 알 수 없다.  허나 이런 논쟁을 뒤로하고도 분명한 것은, 확진자 동선추적이 증가세를 막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유튜브에서 본 명쾌한 댓글 하나를 인용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댓글 찾기를 실패, 캡처를 하지 못했다.)


누군가 네 이웃, 가족, 친구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어제 저녁을 어디서 먹었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할래?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국민들은 외출, 여행, 표현의 자유, 사생활 보호 등의 자유와 권리를 가지지만, 그것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즉 당신의 자유와 권리는 나의 목숨을 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저울질해보자. 누군가의 생명과 내 카드내역 공개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정보공개에 투명해라.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고 가치판단을 바로하자.

이 점을 명심하고 행동한다면, 여름에는 우리 모두 바닷가로 놀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부디 그러길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 보리스 존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