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의사표현을 한다.
말소리는 없지만 아주 뚜렷한 방법으로.
고양이가 말을 조금 알아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나를 위해서.
예를 들어 내가 필요한 물건이 쥬도가 있는 바로 옆에 있을 때 그리고 직접 이동하기에는 조금 귀찮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사실 말도 안 되지만, '왜 너는 말을 못 알아듣니, 간단한 거라도 알아들어서 나한테 그 물건도 좀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겠니?'라고 중얼거린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에 동물이 그렇게 까지 할 줄 안다면 과연 인간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었을까?
그렇게 되면 일상생활이 너무나 편리해지는데.
문제는 너무 많이 편리해지면 우리 인간들은 그를 남용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감사가 아닌 당연해지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고 또 그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면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복잡성을 초래하곤 하니까. 그러니까 더 많은 행복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쥬도를 시골에 데려가기로 했다.
5일 동안은 누구에게 부탁해서 맡기고 또다시 데려오고 하는 수고를 하면서 신세 지고 애매하느니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 솔직히 나의 심신안정에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런데 역시나 그 방법은 인간인 나에게만 안정을 주는 결정이긴 했다.
케이지에 넣는 것부터 시작됐다.
온몸으로 거부하며 넣으면 다시 쏙 나오고, 잘 넣었는데 지퍼를 잠그는 몇 초의 순간에 또 머리가 쑥 나오고. 그렇게 몇 번을 미끄러지다가 결국 케이지에 넣기 성공했지만, 그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평소에 소리도 거의 안내는 순한 고양이가 야옹야옹 목청껏 운다. 달래 보려고 그가 야옹 할 때마다 추임새처럼 어떠한 대답을 해주었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살짝 들어서 눈을 마주쳐 주었다.
기차에 타서는 의자 뒤 보조 테이블 위에 케이지를 올렸다. 크리스마스는 유럽에서는 한국의 설날처럼 중요한 명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반려 동물을 동반하여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갈 때와 돌아올 때를 종합적으로 관찰한 몇 가지를 두고 보니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다른 고양이들은 케이지 안에서 정말 얌전하게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다.
쥬도가 좀 유난스러운가?
그리고 케이지를 나처럼 테이블 위에 기어이 올린 사람도 없고 발밑에 두고서 고요히 여정을 보낸다.
나도 물론 발 밑에 두어 봤지만 목이 찢어질 것처럼 울어 대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걱정이 되었고 그래도 내가 그의 시야에 있어야 안정감을 주겠다 생각되어 테이블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어떤 분은 기차 복도로 고양이를 들고나가서 그곳에서 케이지 앞 문을 열고 본인은 평화롭게 책을 읽고, 그 고양이는 케이지 안 이긴 했지만 문이 열려있으니 주인이 바로 보이는 앞에서 아주 조용히 눈을 꿈벅이며 누워 있었다.
그렇게 정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니 쥬도는 케이지 안에서 아주 난리가 났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치대고 케이지 망을 긁으면서 작은 구멍까지 냈다.
몸을 돌리고 드러누웠다가 자세를 바꿨다가 불안한 듯한 소리로 울다가 혼자 지쳤는지 멈추고 또 시작하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 눈을 보니 이미 지치고 지쳐서 울어서 난 눈물자국이 핏자국처럼 진한 갈색으로 번져 있었다.
평소에는 정말 소리도 없이 조용한 고양이가 케이지에 넣고 어디만 가려고 하면 저 모양이 돼서 진짜 앞으로는 웬만하면 못 데리고 다니겠다 싶으면서도,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은 마음에 떨어지기 싫어서 자꾸 데리고 다니려는 것도 있다.
결국엔 나의 욕심으로 쥬도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고양이로 만들었다.
평생을 집 안에서만 생활했던 고양이라 그렇겠지만 이렇게 까지 하니까 매번 지켜보는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인간의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또 미안했다.
시골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써봤다. 케이지를 살짝 열고 그 안에 손을 넣어서 평소처럼 코를 내 손에 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행히 나의 전략이 통해서 온몸으로 구르고 치대기는 멈췄다.
쥬도는 내 손에 코를 박고 자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를 알게 된 것도 쥬도가 나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를 어떻게 만져야 하고,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잘 때 일단 내 옆이나 무릎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한 것이 아닌데 자기가 스스로 얼굴을 그렇게 내 손에 파묻고 다리로 감싸 안으면서 이렇게 해주라는 식으로 나를 가르쳐줬다.
그가 나를 길들였다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가르쳤다는 표현이 왠지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자연스럽게 쥬도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튼 돌아오는 편에서는 손을 넣어 손베개를 해주었더니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가끔의 약간 칭얼거림만 있었을 뿐 비교적 수월하게 집에 왔다,
쥬도는 식탐보다도 사람과의 교류를 더 중요시 여긴다.
이 주제에 대해 확신할 수 있게 된 건 시골에서 만난 다리가 3개였던 '제뷰'라는 이웃집 고양이 덕분이었다.
그 고양이는 길냥이인데 애기 때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간신히 살아났지만 다리 하나를 잃었다고 한다. 제법 통통한 몸매인데 세 개뿐인 다리로 절뚝절뚝 씩씩하게 잘도 걷는 모습이 안쓰럽고 신기했다.
호박벌처럼 노란 눈, 일명 고등어 고양이라 불리는 고동색에 검정 줄무늬가 있었다.
이웃집에서 그를 딱히 여겨 길을 들여 바깥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키우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길냥이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옆집 소유의 고양이란다.
재미있는 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이웃의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함부로 데려가거나 먹이를 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게 약간 시골 사람들의 말하지 않아도 지키는 매너와 같은 것이었다.
전처럼 밖을 다니는 자유는 그대로 유지한 채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으니 배고픔과 추위 걱정은 안 해도 되니 까 사실 이보다 좋은 팔자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집에서 사료도 챙겨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그런데 그 고양이가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나를 처음 본 날도 헤드 번팅을 하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조금 쓰다듬어 주자 골골송을 아주 급하게 그리고 거칠고 커다란 소리로 내면서 신이 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나는 사실 길냥이들을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고, 고양이는 쥬도가 처음이라서 고양이의 골골 송 소리가 그렇게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처음 봤는데 너무 순해서 나도 마음을 열어버렸다. 한 번도 길냥이에게 그런 적이 없었는데 쥬도 덕분에 단련된 자부하는 캣맘으로서 당당히 다가가서 냄새를 맡게 해 주고 쓰다듬어 주니 더 격한 반가움을 표하면서 주체를 못 하길래 너무 예뻐서, 집에서 가져온 쥬도 간식을 좀 챙겨줘야겠다 싶었다. 쥬도에겐 미안했지만, 그의 최애 간식인 일명 '이빨과자'와 츄르를 가지고 내려왔다.
이빨과자를 손에 올려놓고 먹으라고 주자 그 고양이는 내 손으로 곧바로 오더니 머리 박치기를 했다.
간식이 손에 있는데도 관심도 없고 흥분한 채로 계속 만져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간식을 거부하는 고양이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첫 만남에서 애교가 정말 많았고, 사실 만지면서 조금 무서워서 이래도 되는 거냐고 했더니 아무리 만져도 순해서 절대로 물거나 할퀴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간식을 줬는데 아무런 관심도 없고 계속 만져주기를 기다리는 고양이라니.
나는 그를 보면서 쥬도가 생각났다. 물을 마시다가도 내가 만져 줄 신호를 하면 잠시 머뭇하다가 바로 다가오고, 사료를 먹다가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부르면 먹던걸 내려놓고 내게 올 때마다 쥬도가 정말 특별한 거라고 믿으면서, 쥬도는 먹는 것보다 집사와의 교류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동물의 본능이 일단 먹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해서 의심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성향의 또 다른 고양이를 보고 나서 알았다.
가능한 일이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래서 쥬도가 정말로 먹는 욕구보다 나와의 교류를 더중요시 한다고 감히 확신했다.
고양이들의 매력은, 성격의 유니크함에서 오는 것 같다. 모든 고양이들이 각자의 뚜렷한 성격과 습성이 있다는 것, 어떠한 것에 대한 민감도나 중요도가 있으며 또 개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며 참으로 위대한 창조물이 아닌가 싶어 감탄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케이지의 지퍼를 반절도 열지 않았는데 벌써 나오고 싶어 하는 하얀 머리가 들쑥거리는게 보였다. 반을 열자 그 좁은 틈 사이로 눈 깜짝할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저번에 정기 검진 때문에 동물 병원에 갔을 때 알게 됐다.
쥬도가 아무리 케이지가 답답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냄새가 나는 곳에 오면 그렇게 싫다고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케이지 안에서도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
진료실에서 케이지를 열었는데 평소 같으면 벌써 머리가 나와있어야 하는데 자크를 전부 연 후에도 쥬도는 넙적하게 엎드려서 불러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오지를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물론 냄새로 기억하는 것일 테지만, 그 냄새로부터 좋지 않은 기억을 꺼내서 반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말 못 하는 동물도 상황을 파악할 줄 안다니 정말 신기했다.
몇 번을 나오라고 불렀지만 끝내 나오지 않은 쥬도를 들어 올렸다. 그때도 몸은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중이었지만 3,7kg의 작은 고양이는 결국 들려서 강제로 나왔다.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찹쌀떡처럼 들러붙어서 버티고 있던 그 모습.
그와 반대로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주면 빛의 속도로 나온다니.
동물들은 정말 말만 못 하지, 너무나도 확실한 의사 표현을 매일매일 하고 있는 중이겠구나.
시골에서 돌아온 쥬도는 늘 그렇듯이 집안의 곳곳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았다. 짐정리를 하고서 그를 보니 일단 눈물 자국이 심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래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구나 싶었다. 씻고 나왔더니 어김없이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사건을 소화 시키느라 잠시의 고요한 휴식 시간을 갖다가 문득 쥬도를 봤는데 어슬렁 거리면서 특유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다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최고로 안락한 상태.
고양이들이 긴장감을 놓았을 때 턱과 볼이 축 쳐져서 얼굴이 아주 동그랗고 넓적하게, 그리고 없던 이중턱도 생기곤 하는데 내가 관찰한 바로는 그 모습은 보통 잠에 들기 직전에 앉아서 하는 얼굴인데, 집에 다시 오니 얼마나 편안해졌는지 그 얼굴이 되어서 몸에 비해 커진 머리를 이고 뭔가에 취한 것처럼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두번째 체크 리스트인, 코를 보아하니 촉촉해져 있을 뿐더러 혈색이 확 도는 모습에 또 웃음이 났다.
자신의 영역에 다시 오고 나서 너무 편안해졌다는 것을 또 다시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 이상 행동을 했다.
쥬도는 거실 러그에 한때 조금 앉아있던 것 말고는 눕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내가 소파에 앉아 있는데도 마치 '나 집에 다시 돌아와서 너무 좋아, 편안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내 발 밑의 러그 위로 오더니 배를 까고 드러누웠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켜보았더니 그 위에서 둥글둥글거리고 나를 쳐다보면서 눈을 꿈벅거렸다.
또 한 번 말은 못 하지만, 나에게 의사표현을 열심히 하고 있는 쥬도를 보았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귀여워서 혼자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다리를 혹시라도 모으고 있으면 다리 앞에 그대로 서 있는데 그 말은 '나 반갑고 기뻐서 다리 사이로 왔다 갔다 하고 싶으니까 발 좀 비켜줘'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아차차 싶어 두 발을 벌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안으로 들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정강이 아래에 꼬리를 걸치고 감싼다.
쓰러져서 잘 때 너무 예뻐서 애칭을 불러주면 갑자기 거친 숨을 쉬어 낸다던지 꼬리를 겨우 털 썩이면서 '나 네 말 듣고는 있는데 너무 잠이 와서 못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얼굴을 쓰다듬어주다가 멈췄을 때 더 원할 때는 지그시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도 모른척하면 얼굴을 갖다 댐으로서 아직 충분히 만족이 안 됐음을 알린다.
아침에 분명히 내 옆에 있던 애가 갑자기 사라져서 혹시 어디 숨었나 싶어서 부르고 불러도 인기척이 없길래 이상해서 좋아하는 간식인 '이빨과자?'를 외쳐도 대답이 없길래 일어나서 찾으러 다녔더니 갑자기 자기 화장실에서 머쓱한 듯한 모습으로 설렁설렁 나왔다.
화장실에 있는 줄은 모르고 불렀던 건데 미안하다고 하며 바라보자 '어후 나 볼일 좀 보고 금방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듯이 눈 마주침을 마친 후에 곧바로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청소기와 드라이기 소리를 극도로 싫어하니 사용 전 그 물건들을 보여주고 신호를 하면 줄행랑을 친다.
정말인지 내가 하는 인간의 말은 못 하지만 쥬도는 내게 계속해서 의사표현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서로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중이다.
이제는 표정, 얼굴, 행동만 봐도 이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짐작 가능 할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나의 간절한 바람은 어느 날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다면 , 내가 그의 다른 어떤 의사표현보다 더 빠르게 알아듣게 되길 바라고 있다.
쥬도는 오늘도 열심히 의사표현을 한다.
내가 배를 만지면 뒷발로 손을 걷어차려고 밀어내다가 뜻대로 안되면 있는 힘을 다해 물기를 시도하지만, 실은 이빨을 올려놓는 정도로 무는 척만 하다가 곧바로 내 손을 열심히 핥아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너니까 진짜 특별히 봐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