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

by 창작몽상가

크리스마스 리스를 설치했다.

원래는 다른 이웃들처럼 현관문 바깥쪽으로 달아 놓으려고 했는데 평소에도 기분 좋게 보고 싶은 마음에 주방으로 가는 벽에 걸기로 했다.


그리고 그 리스에는 소리가 아주 청량하게 나는 종을 달았다.

사찰 처마 밑 풍경에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종의 소리처럼 은은한데 투명하고 맑은 종소리.

그 소리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계속해서 종을 흔들어 울려 보았다.

쥬도가 그 종소리가 울리자 귀를 번득거리며 호기심을 보이는 듯했다. 거슬려서 인지, 좋아서 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종을 울리니 시선을 고정하고 귀를 곤두세웠다.


나는 갑자기 '파블로프의 개'가 생각났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나중에는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린다던 조건 반사의 대표적인 실험.


그런데 고양이는 사료를 알아서 원할 때 챙겨 먹기에 그렇다면 혹시 사료가 아닌, 사냥놀이를 시켜줄 때마다 그 종소리를 들려주면 쥬도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 파블로프의 개처럼 어떠한 특이한 반응을 보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종을 치는 소리가 고양이에게는 소음일지 좋아하는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종소리를 들려줬을 때 쥬도가 좋은 기억을 갖었으면 해서 일종의 훈련을 시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종을 울린 후에 사냥놀이를 시작하고,

그 뒤에 보상으로 간식을 줄 때 또다시 종을 쳤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반복했다.



평소에 우리가 가진 사인이 있는데, 쥬도가 내게 와서 앞발 하나로 무릎을 툭툭 치면 가볍게 쓰다듬고 만져 달라는 의미이고, 두 발로 퍽퍽 무릎을 올라타다시피 하면 그것은 안아달라는 신호이다.


그런데 그 종소리를 학습시킨 후부터는 나를 앞발로 툭툭 치고서 몸을 틀어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그래서 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서 한번 따라가 보면 리스가 있는 곳 앞이다.

그리고 쥬도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 다음에 종을 한번 쳐다보고 조심스레 그 앞에 앉은 후 다시 종을 빤히 쳐다본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 우연의 발걸음'이겠지 했는데, 이런 식으로 여러 번 행동을 반복하길래 나는 그것을 사냥놀이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새로운 자극과 같은 그 종의 울리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런 건지 결국 사냥놀이가 하고 싶은 건진 모르지만 일단은 놀이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훈련을 시킨 방향대로.


그 뒤로 종 가까이 손만 가져가도 쥬도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 시선을 고정한다.

일부러 종을 치지 않고 손을 주변에 두고서 뜸을 들이면 시선 고정의 상태로 쳐다보다가 곧 자리에 반듯하게 앉는다.


고양이들은 보통 원하는 게 있으면 제 자리에 앉아버리는 습성을 보이는 것 같은데 모두가 그런 건가?

아무튼 다른 고양이들은 모르겠지만 쥬도는 눈앞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처음엔 시선을 고정하고

그다음엔 그 앞에서 얌전하게 꼬리를 말고 앉은 후 시선을 살짝 튼다. 마치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귀는 완전히 쫑긋 세워서 원하는 것이라고 호소를 하지만 강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것이 고양이가 인내하는 방식 같았다.

원하는 것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히려 원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며 서대지 않는 것.

기대하는 마음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간절하지만, 간절함을 보여주지 않는 태도.

그의 방식에서 '절제'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나는 늘 어떤 방법이든 그와 소통을 할 수 있다거나 우리만의 법칙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통하지 않는 이 각자 다른 언어의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하나의 '틀'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나야 아무 때라도 내가 원할 때 쥬도에게 다가가서 갑자기 들어서 안아버릴 수도 있고 쓰다듬을 수도 있지만, 어쩔 땐 그게 동물에게는 귀찮음 또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가 원할 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그의 행동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최대한으로 '그가 원할 때' ,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소통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종을 울림으로서 사냥놀이가 시작되고,

그 사냥놀이의 끝에는 맛있는 간식이 있다.


쥬도는 가끔 그 벽 앞에 우두커니 않아서 시선을 고정한다.

나는 그가 사냥놀이를 할 때가 되었구나를 짐작하고 요즘 가장 좋아하는 놀이인 실타래를 푼다.

귀와 꼬리를 쫑긋 세운 그를 보면 나도 신이 난다.


쥬도는 그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놀이에 심취하고,

생각보다 더 자주 놀이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고양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행동 중에 그의 바로 앞에서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는 일이라는 수의사의 견해를 보게 되었다.


그 뒤로 항상 그 앞에서 문을 닫아야 할 때면, 이유를 말해준다. 물론 나의 언어로.

그는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단순한 소리, 음성을 매일 반복하면 혹시라도 알아들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예를 들어 자러 가기 전에는 항상 '잘 자'를 한 세네 번 정도 반복하고서 눈앞에서 문을 닫는다.


화장실, 욕실까지 졸졸 따라오는 이 고양이에게 욕실에서는 그가 좋아하지 않는 소음이 많이 나는 드라이기를 써야 할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드라이기를 꼭 먼저 눈을 마주쳐 보여준 후에 그가 눈을 꿈뻑이면 그때서야 문을 닫는다.

청소기를 돌리기 전에도 항상 그가 직접 볼 수 있도록 신호를 해 준 후 굳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간의 말로 청소기를 돌릴 거라고 말을 해준다.



동물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태도나 방식, 소리는 반복이 되면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고양이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도 그만의 언어인 어떠한 고정적인 행동으로서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길들이고 또 길들여지는 중이다.


다른 방식으로서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는 우리가 같은 곳에서 만나

폭삭 겹쳐지기 위해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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