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쓰는 그림일기
나는 아이였다.
아니 아이였던 적이 있다.
8살의 일기장을 보고 알게 되었다.
‘아이였던 적이 있었다'라고.
내가 아이였던 모습은 너무나도 순수해서
낯설었다.
지금의 나도, 어린 나도 결국은 같은 나인데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별것 아닌 일상은
마치 어떤 중대한 사건처럼 적혀있다.
그 아이에게는 엄마가 풍선을 사준 것이
별것처럼 특별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때의 내가 다시 되어보고 싶었다.
그런 내가 ,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내가,
몇십년 전에 살아내고 있었다는 게
그리웠다.
그 아이가,
지금의 시간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는 게
대견스럽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다시 만난다면
좋겠다.
그 둘을 다시 만나게 하는 방법은
이미 ‘지금’ 이 된 낡은 내가
'그때의 나라면'이라는 새로운 상상을 해야만이
그 둘은 마침내 다시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