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쓰는 그림일기
아이의 눈을 갖는다는 건
시력을 조금 잃어야 한다는 말 같았다.
너무 자세히 보지 않아야 했다.
너무 멀리 보지도 않아야 했다.
딱 보이는 만큼만.
하지만 감정은 딱 보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크게 느껴야만 했다.
잘 보이는 것도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해야 했다.
너무 많은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했다.
너무 작은 일은 반면에 조금 크게 생각해야 했다.
아이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아진 내가,
이미 작은 일에 감동하거나
감정을 부풀리는 방법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내가,
이미 너무나도 어른이라 조금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