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Park Sep 25. 2020

지금 힘이 든다면

워킹맘, 다자녀 맘에게 간절한 당신의 그때, 그 시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다 보내고 나니 문득 머리가 자르고 싶어 졌다.
추석 전 핑계로 짧은 머리에 손을 대 더 짧게 커트하니 기분이 산뜻해진다.
작업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머리엔 해야 할 일이 가득하지만 마냥 앉아 이른바 ‘멍’을 때리고만 싶다.
손이 가는 책을 꺼내 아무장이나 펼친다. 그렇게 눈가는 데로 아무렇게나 읽는다.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그 일을 하게 되는 때가 온다.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듯 이 시간이 가면 다른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안규철의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성경구절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마 7:7-8)”
다이어리 첫 장에 적어놓은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책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닫아 위로가 된다. 이 말씀의 의미가 하나님을 찾고 기다리고 기도 하란 의미겠지만 내게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좇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말씀이었다.
서른이 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시간이 없고 부족한 게 참으로 야속하다. 세상 공평한 시간이지만 애를 쓰다 보니 내게 주어진 24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불현듯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욕심이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시간마저 간절한 요즘이다.
내가 구하고 찾는 것들을 정해진 때에 주신다면 굳이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특히 요즘 같은 때라면,, 어린이집에 보내서 숨좀 트이는가 했더니 작은 감기라도 걸리는 날엔 더더욱 힘이 든다.


종종 다자녀 카페에 들어가서 그들의 노고와 이야기들을 읽는다. 동병상련의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제목이 지칠 때란 글에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넷째 임신 워킹맘인 그녀는  퇴근하면 애들보다 먼저 잠들어서 눈뜨면 출근, 애들 교육, 집안 생활비 등을 남편과 얘기하고 싶고 남편과 티브이 프로그램 하나라도 하나 같이 보고 싶다고 한다.. 댓글은 더 아련하고 슬프다.

“일요일에 반나절 정도 시간 나면 드리이브 가요. 아이들이 차에선 다 자서 유일하게 신랑과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

지금 힘이 든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엄마들에겐 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다른 시간이 올 것이고, 지금 혼자라서 힘이 든다면, 오롯이 스스로 자신만의 위해 쓸 수 있는 24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때가 올 테니까.

남편과 관계가 소홀하다면, 한 시간이라도 남편과 함께

했으면 하는 간절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무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주기를 바란다. 당신의 그때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마운 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