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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Park Dec 16. 2020

편하게 살아 좋겠다

코로나 2.5단계 가정보육 2주째 시작


“편하게 살아 좋겠다.”


 시어머님 왈 너는 편해서 좋겠다. 이 말의 시작은 시누이 불면증에서부터 왔다. 시누는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인데 코로나로 요즘 3일 재택근무, 2일 출근을 병행하고 있는데 재택근무가 힘든지 불면증이 와서 약을 먹고 있다는 카톡대화가 시초였다. 내가 말을 말았어야 했는데 또 아는데 말 안 하는 건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그렇게 잠을 못 주무셔서 어떡해요. 많이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아. 거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저는 잠은 잘 오더라고요”를 붙여버린 나..
긍정적 의미로 내가 불안하지 않아서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어감이 어감인지라  몹시 기분이 나빴다.

나는 회사에 다녀보지 않아서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른다. 진급에 대한 압박이 있을까 생각해보는 정도이다. 그래도 매월 꼬박꼬박 월급은 들어오지 않나. 소상공인이라 강제 휴업에 한 달 수입 없이 아이 넷 보는 나는?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딸 생각뿐인 어머님 눈엔 그렇게 내가 편한 백성으로 보이나 보다.
불안의 정도를 비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가정 보육하는 휴업한 나에게 “하루 종일 넷 보느라 힘들었지? 그렇게 힘든데 잠 못 자면 안 되지.”라고  다정한 말 한마디 듣길 바라는 것이 나의 큰 욕심일까? 그렇다면 나는 힘든 이 순간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나. 오늘 내가 듣고 싶었던 그 한마디. 내일은 내가 해야지 다짐한다. 내 옆의 남편에게, 아들과 딸들에게, 시어머님 아버님께, 이웃집 엄마에게.


“오늘 힘들었지?”  
  “힘들었겠다. 얼마나 힘들겠어.”


오늘 맘껏하기로 한 쓸데없는일 “투명트리만들기”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보자.

내일 일 걱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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