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 11일째. 우울한지도 모르게 찾아온 우울한 감정
가정보육 11일째.
코로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나쁜 감정이라는 뭉친 돌덩이 하나가 나를 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영어론 depresstion. 한국어론 우울이다. 우울하진 않은데 그냥 막 뭔가 누르는 기분. 이게 우울한 감정인가.
일단은 무기력해지고, 힘들고, 혼자 있고 싶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괜히 맘 카페에서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글을 읽거나
뉴스를 뒤적거리나 멍하니 티비를 본다.
이런 감정들의 눌림들은 내 의지완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때 찾아온다.
일을 못하게 되고, 혼자 네 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고, 집 밖을 못 나가는 것.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고 일하고 싶어도 못하고 밖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이럴 때 나는 표류하는 바다의 쓰레기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행복을 찾아본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본다.
러닝머신을 시작한 지 3일. 15분, 16분, 17분 1분씩 늘려 운동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수다를 떨 이웃네가 있어서 이웃네와 수다도 떨며 아이들을 같이 놀릴 수 있었다.
17개월 된 막내의 젖이 떨어지지 않아 미치도록 힘들지만 (끊을 엄두가 안남) 오늘도 무사히 화내지 않았다.
밥은 시댁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밥 먹이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적다 보니 내가 엄청 애쓰고 있는 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잘하고 있는 나에게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