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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Park Jan 04. 2021

엄벌 진정서

2021 처음 쓴 글이 엄벌 진정서라니.. 미안해 정인아.

엄벌 진정서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제 막내가 정인이와 같은 개월 수가 되었네요.
정인이가 가정폭력으로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친구로 만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네 명의 아이를 만나고 키우며, 육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일임을 경험했습니다.
핏줄로 낳은 자식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데, 자신의 아이의 동생이 필요하단 이유 하나만으로 깊게 고민하고 고려하지 않고 물건 사듯 쉽게 아이를 입양하고
평생을 함께해야 할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기적인 양모와 양부를 엄하게 벌해주시길 강력히 호소합니다.

“사람 때문에 크게 고통받고 상처 받았던 날은, 집에 걸어서 들어가는 것 같지만 피 흘리면서 기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문제라고 해도 우리는 몸을 먼저 돌봐야 합니다. 마음의 상처지만, 뇌는 지금 뼈가 부러지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니까요.”
-김경일

정인아 천국에서 부디 행복하길

17개월 아이도 사람입니다. 마음이 다쳐도 뇌는 몸이 다친 것처럼 인식한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정인이는 17개월.. 산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작고 어린아이입니다. 이제 막 세상이 궁금해서 발걸음을 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보통의 17개월 아이들은요. 자신의 딸꾹질 소리에도 웃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거 조금 한 거 하나만 뺏어도 뺏었다고 큰 소리로 웁니다. 엄마가 토닥거리면서 재워주면 바로 배워서 토닥토닥거릴 수도 있습니다. 말할 수 있는 단어가 10개가 넘어요.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사랑의 언어를 배우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정인이는 몸 안과 밖이 다 상처 투성이입니다.  마음의 상처도 뇌가 피가 철철 흘리는 것처럼 느끼는데 정인이는 오죽했을까요.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울면 때리니까요. 울면 아프니까요. 17개월의 작은 아이가 살아낼 하루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지다 못해 답답하고

분하고 원통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엄마 곁은 따뜻해.

엄마 품은 포근해.

엄마 곁은 안전해.

엄마는 날 사랑해.”

정인인 말할 순 없지만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양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면요. 하지만 그 기회를 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정인이가 배웠던 엄마는
‘엄마는 날 발로 차.

엄마는 날 던져

엄마는 날 혼자 버려둬

엄마는 무서워.

너무 무서워하지 마.

엄마는 날 싫어해.’

정인이가 배우고 알았던 엄마와 세상은 희망이 없는 암흑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보장받지 못한 정인이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고 가겹습니다.

양부모의 측이 다 사실이고 맞다고 하더라도 양부모를 살인죄로 엄중히 처벌해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정인이를 동물보다 못하게 취급한 것
-사회적 약자인 정인이에게 사랑의 가치를 알 기회 주차 주지 못한 것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귀중한 한 생명을 입양한 것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마저 지켜주지 못한 것
-습관적 폭력, 폭행 , 학대, 방관


정인아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너무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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